'상암서 야유받은’ 클린스만 감독, 반전 계기 마련… '마이웨이 고수' 계속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2023.10.14 07:00
수정 : 2023.10.14 12:1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0월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튀니지의 축구 국가대표 친선 경기에 앞서 팬들은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소개될 때 야유를 퍼부었다.
국가대표 경기에서 매우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올해 2월 취임 후 1승 3무 2패에 그친 경기력도 기대 이하인 데다가 주로 외국에 머물며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자리에 전념하지 않는듯한 모습에 팬들이 실망한 결과다.
그러나 이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6위 한국이 29위로 비슷한 순위인 튀니지를 4-0으로 대파하면서 이런 분위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날 전반이 끝났을 때만 하더라도 팬들의 답답함과 실망감이 계속 유지되는 듯했다. 세 차례 슈팅을 시도했으나 유효 슈팅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후반 들어서며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원맨쇼'가 펼쳐지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후반 10분 왼발 프리킥으로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을 넣은 이강인은 후반 12분에는 왼발 터닝슛으로 한 골을 추가했다.
두 골을 넣고 경기 분위기를 확실히 틀어쥔 우리나라는 이후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헤딩에 이은 상대 자책골, 후반 추가 시간 황의조(노리치시티)의 추가 득점까지 나오며 클린스만 감독 취임 이후 한 경기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한 경기에서 4득점을 한 것은 이날 경기가 처음이다.
손흥민이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아 벤치를 지켰고, 황인범(즈베즈다)은 워밍업 과정에서 근육 상태 이상으로 갑자기 홍현석(헨트)으로 교체된 가운데 나온 대승이면서 내용도 알찼다. 클린스만 감독의 첫 대승인데다 손흥민이 빠진 상황에서의 득점이라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줄 만하다.
튀니지가 한 경기에 3골 이상 내준 것은 지난해 9월 브라질에 1-5로 패한 이후 이번이 13개월 만이다. 이후로는 A매치 9경기에서 한 경기 2골을 허용한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수비가 강한 팀이었지만 이날 한국에는 후반에만 4골을 얻어맞았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프랑스, 덴마크를 상대로 모두 무실점 경기를 펼친 튀니지였다. 수비에서도 우리나라는 9월 웨일스(0-0), 사우디아라비아(1-0 승) 전에 이어 세 경기 연속 무실점 경기를 했다.
'철기둥'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공수를 넘나들며 중심을 잡으면서 클린스만 감독 취임 후 네 경기 연속 실점하던 흐름이 최근 세 경기 연속 '클린 시트'로 바뀌었다.
취임 후 5경기에서 3무 2패로 승리가 없던 클린스만 감독은 최근 사우디전에 이어 2연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나선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아직 폭탄은 남아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의 업무 스타일을 바꿀 생각이 없다며 앞으로도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이는 클린스만 감독의 재임 기간 두고두고 논란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슈다. 결국, 클린스만 감독이 이를 이겨내고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결과를 내는 것 밖에는 없다. 지금 튀니지처럼 말이다.
대한민국은 최근 무려 32년간 국내 평가전에서 동남아 팀을 초청한 적이 없다.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음 상대는 베트남이다. 반드시 대승을 거둬야만 하는 상대다.
클린스만 감독은 "오늘 4-0으로 이겼지만, 튀니지가 4골씩 먹는 팀이 아니다"라며 "상당한 강팀을 상대로 2골 정도를 예상했는데 그보다 더 많은 득점을 올려 기쁘다"고 덧붙였다.
과연, 클린스만 감독이 지금의 좋은 분위기를 베트남전에서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