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국민을 위한 정치 복원한다면 국지적 선거 패배도 약이 될 것

      2023.10.15 18:33   수정 : 2023.10.15 18:33기사원문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여당의 패배로 끝났다. 17.15%p 격차의 참패다. "예상했던 대로다" "그럴 줄 알았다"는 관전평이 다투어 나온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처럼 근접한 수치까지 맞춰 성가를 높인 평론가(?)도 있다. 하지만 지금 관심이 필요한 것은 이런 종류의 방구석 평론이 아니다.
정치권의 급선무는 선거 결과의 성찰과 교훈을 찾는 작업이다. '일개 기초단체장 선거'라고 폄하하든, '총선 전초전'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하든 다르지 않다.

여권의 경우 김태우 후보의 조기 사면과 공천에서부터 국민 눈높이에 어긋났다. 사면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김 후보로 인해 치러지는 해당 보궐선거에 당사자를 다시 공천한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 당헌·당규까지 고쳐 후보자를 공천한 민주당을 비판해온 게 국민의힘이다.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로서 당헌에 따른 무공천을 고수했다면 명분에서는 우위를 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원래 험지였다"는 걸 알았으면 여권 전체가 다른 전략적 선택을 했어야 한다. 부지불식간에 총체적인 정무감각의 부재를 드러내는 말이다.

대선 후 지금까지 여권의 행보는 이런 정무감각 부재라는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지지층을 지속적으로 축소해 온 것이다. 이 전 대표 정리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의 경우는 차원이 다르다.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대통령실 참모들과 친윤 의원들의 폭력적인 행태에 어안이 벙벙해진 사람들이 많다. 어제의 동지를 적으로 배제하는 모습에서 등을 돌린 지지자들이 적지 않다. 보수·중도층에 상당한 소구력을 지닌 세력과도 결별한 마당에 중도 확장 행보는 생각조차 하기 어렵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건 특별한 게 아니다. 한 명이라도, 한 뼘이라도 지지 기반을 넓히는 세력이 승리하고 그러지 못하면 패배하기 마련이다. '이념전쟁'과 홍범도 흉상 이전 등에 몰두한 것도 마찬가지 결과를 낳았다. 이념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이념이 민생' 운운하는 구호는 '지금 이 자리에서' 심각한 위기에 처한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 부재도 민심 이반의 한 요인이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도어스테핑'은 과유불급이었지만 기자회견조차 갖지 않는 것 역시 과도한 대응이다. 정례적이든 아니든 언론과의 만남은 대통령의 특권이자 의무이다. 외교의 성과를 국내 정치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도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보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는 후보 시절 약속이나 기자실을 대통령실 1층에 배치한 초심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인사 문제도 돌아보아야 한다. 그동안 참신하고 설득력 있는 인사가 과연 몇 명이나 있었는지. "30대 장관을 만들겠다"는 후보 시절 약속은 상기하는 게 쑥스러울 정도다. 윤석열 정부의 비전이 무엇인지, 그중에 야당에 의해 좌절된 게 있는지도 궁금하다. 노동·교육·연금 개혁 등 중대과제 중 정부가 열심히 추진했으나 거대 야당의 벽에 막혀 물 건너간 게 있는가. 초미의 국가적 과제인 이민청 설립도 마찬가지다. 아직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았다. 이유를 국민에게 설명하지 못하면서 무작정 정부·여당에 표를 달라고 해서는 설득력이 없다.

'위장된 축복(disguised blessing)'이란 말이 있다. 여권이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한 정치를 복원할 수 있다면 국지적 선거 패배도 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패배 후 보이는 것처럼 임명직 물갈이로 적당히 넘어가려 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더 큰 국민의 채찍을 각오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당에 '변화'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게 아니다.
나부터 변화할 각오가 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내야 할 시점이다.

노동일 주필 dinoh786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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