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일정 잇따라 내년으로 연기....치솟은 원가에 늦어지는 공급
2023.10.20 08:00
수정 : 2023.10.20 08: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올해 주요 분양일정이 잇따라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공급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서울에서만 민간분양 1만가구 이상, 수도권에서는 3만가구 이상이 분양을 미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솟은 원가에 지방에서는 미분양 우려가 높고 서울 인기 지역에서도 분양가 책정에 어려움이 깊어지면서 내년으로 일정을 늦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 늦어지는 공급 속도
20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분양 예정물량은 임대를 포함해 28만5495가구다. 매달 1만 가구 전후로 분양되고 이달 무려 4만4522가구가 분양되는 것을 정점으로 내달과 12월에도 각각 3만806가구, 2만3518가구가 분양된다.
그러나 올해 분양예정 가구 가운데 6만304가구는 아직 분양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이 중 민간분양이 5만8417가구다. 실제 서울에서 9개 단지 1만1771가구가 분양일정을 확정하지 못하는 등 수도권 전체 3만5933가구가 분양일정이 미정이다. 지방에서는 나머지 2만2484가구가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해 사실상 내년으로 분양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4·4분기가 시작된 상황에서 아직 분양 날짜를 확정하지 못한 경우 올해 분양이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서울에서 3000가구 이상 대단지인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메이플자이(3307가구)와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가구), 강남구 청담르엘(1261가구) 등이 분양 일정을 잡지 못했다. 또 서초구 방배6구역을 재건축한 래미안원페를라(1097가구)와 강남 도곡삼호를 재건축하는 래미안레벤투스(308가구)도 마찬가지다.
경기도에서도 구리시 e편한세상수택현장(3050가구)과 안양뉴타운맨션삼호(2723가구) 등이 분양일정을 잡지 못했다.
지방의 경우 미분양 우려가 높은 대구 지역이 민간분양 기준 6개 단지 2832가구 분양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고, 대도시인 부산도 9개 단지, 6001가구가 분양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내년 상황 예의주시
전문가들은 이 같이 분양 일정이 늦어진 원인으로 높아진 건축비용을 꼽는다. 서울 등 수도권과 지방의 분위기는 각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높아진 원가가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과 지방 모두 내년 상황이 달라지기를 기다리면서 분양 일정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지방의 경우 미분양 우려가 크다. 높은 가격에 토지를 매입하고 이미 분양가는 높아져버린 상황에서 주변 시세보다 비싸면 미분양 우려가 커 아예 임대로 전환하는 경우마저 있다"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금리는 높아지면서 사업비가 올라가 공사비와 대출이자 부담이 커져 섣불리 분양을 할 경우 사업성이 안나오는 경우가 많다. 내년 금리조정 등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분양일정을 미루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은 주요 지역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면서 분양을 미루고 있다. 내년에는 분양가 상한제와 토지가격도 인상될 것으로 기대돼 공사비 갈등을 해결하면서 적절한 분양가 협상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