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면전 확산될라"..K가전, '이·팔 전쟁'에 초긴장

      2023.10.17 06:00   수정 : 2023.10.17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10일째를 맞으며 양측의 사망자가 4000명을 넘는 등 전면전으로 확대된 가운데,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산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중동지역을 '포스트 차이나'로 점찍고 프리미엄 제품 발표회 등 적극적으로 중동 공략에 나선 가전업계도 자칫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까 전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구 5억에 육박하는 중동 시장은 '오일머니'로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층이 형성돼 있으며 국내 가전업체들이 선두를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아프리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점유율은 각각 36.8%, 21.1%로 1·2위를 석권했다.

수니파도 시아파도 "팔레스타인 편"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5일(현지시간) 방영된 미국 CBS뉴스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선뿐 아니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와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 북부에서 두 번째 전선이 형성될 위험이 있고,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배후세력으로 지목받는 이란의 대리전 혹은 직접개입 등으로 '신(新)중동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하마스의 전면전으로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 잇따라 팔레스타인과의 연대 의사를 밝히며 중동지역이 다시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슬람 양대 종파인 수니파와 시아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모두 사태 시작과 동시에 팔레스타인의 편에 서겠다고 밝히면서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및 포위 중단을 요구하면서 강경 입장을 연이어 밝히고 있으며, 최근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나선 사우디아라비아는 전쟁 발발 직후 "팔레스타인 편에 서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관계 정상화 중단을 선언했다.

"이란 참전시 '오일쇼크'·내년 GDP 1%p 하락"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미국 외신 산하 경제연구소는 "이스라엘·이란전으로 사태가 번질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지금처럼 양국 간 반감이 격화하면 가능성이 없진 않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소는 이번 사태가 △가자지구 내 국지전 △레바논·시리아를 통한 이란과 이스라엘의 대리전 △이스라엘·이란 전면전 등 세 가지로 전개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로는 이스라엘·이란의 전면전으로 해당 연구소는 국제 유가가 현재보다 배럴당 64달러 오른 150달러 선을 넘어서는 '오일쇼크'가 올 것으로 경고했다. 주요 산유국인 이란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해 세계 경제를 압박할 수 있다. 이란이 참전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면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가 지닌 예비 산유능력만으로는 유가 급등을 막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또 해당 연구소는 이스라엘·이란 전면전이 발생하면 내년 세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7%(OECD 전망)에서 1%p 떨어진 1.7%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직원 안전에 만전" K-가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국내 가전업계도 이번 사태의 여파에 긴장하고 있다. 양사는 우선 현지 직원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판매지점을 운영 중인 LG전자는 지난 9일 한국인 직원들을 귀국시켰다. 삼성전자는 임직원 전원을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향후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외교부 방침에 따라 대응하겠단 입장이다.

'포스트 차이나'로 점찍었는데...K-가전도 이번 사태 '예의주시'
가전업계는 이번 사태로 인한 당장의 직접적인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있다. 다만, 양사 모두 중동 전역으로의 확전과 유가 변동 등 장기적인 변수를 대비해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TV 시장을 비롯해 중동가전 시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성장세를 보인 지역으로 가전업계는 이번 사태의 여파가 '포스트 차이나' 시대 효자 시장으로 떠오른 중동시장 전반에까지 미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양사 모두 중동지역을 '기회의 땅'으로 삼고 공을 들여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최신 텔레비전과 가전을 전시하는 팝업 스토어를 개최하면서 중동 마케팅에 박차를 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9월 중동 방문 중 이집트 중부 베니수에프주에 있는 TV·태블릿 생산 공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중동 사업 전략을 논의했다.

LG전자는 지난 3월 두바이에서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지역 밀착형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현지 고객들과의 교류에 적극 나섰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6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최적화된 가전, TV, 정보기술(IT)은 물론 모빌리티, 로봇, 에어솔루션, 상업용 디스플레이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북미와 유럽 TV 시장의 출하량이 100만대가량 줄어든 데 반해 중동과 아시아에서는 약 300만대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중동·아프리카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은 각 36.8%, 21.1%로 1·2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중동·아프리카 지역 매출은 3조3572억원으로 직전해 대비 21% 이상 급상승하며 기록하면서 고전 중인 중국시장(2조6395억원)을 대체할 대안으로 떠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중동지역은 견고한 프리미엄 수요층이 있어 중저가 위주의 중국가전과 격차를 벌일 수 있는 중요한 승부처"라면서 "현재 이번 사태의 영향은 없지만, 전쟁 장기화와 확전 등 여러 시나리오를 두고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가전 업계 종사자로 이번 전쟁으로 유가가 상승해 물가상승이 일어나 글로벌 소비둔화가 장기화 되는 것은 아닐지 가장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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