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병원비 내야하는데… 소액생계비대출로 긴급 처방
2023.10.16 18:16
수정 : 2023.10.16 18:16기사원문
하루하루 근근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최근 치통으로 치과를 찾았다가 신경치료를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50만원이란 부담스러운 금액에 치료를 받지 않고 진통제를 복용해오다 한쪽 턱이 퉁퉁 붓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급히 치과를 다시 찾아 일단 치과 치료를 시작했다. 치료비 완납까지 2주 정도의 시간 동안 마음을 졸이고 있을 때 소액생계비 대출 상품이 출시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직장 동료들 말처럼 금액이 적고 이자가 높은 건 사실이지만 자신처럼 급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에겐 너무나 필요한 상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서민금융진흥원의 금융교육을 이수하고, 6개월간 성실하게 상환하는 경우, 금리를 인하해주고 추가로 50만원을 더 대출해 준다는 정보도 알게 됐다. 서금원 상담을 받은 당일 저녁 대출금이 입금됐고 다음날 치료비를 완납할 수 있었다. A씨는 "누군가에겐 이자 높은 대출, 돈을 얼마 안 빌려주는 대출 정도로 치부될 수 있겠지만 소액생계비대출은 우산없이 비를 맞고 있을 때 우산이 돼 준 너무나 고마운 상품"이라고 말했다.
-서민금융진흥원 소액생계비 수기 중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에 경기 침체가 더해지며 서민들의 지갑 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소액생계비대출은 지난 8월말 기준 누적 건수 9만3877건, 누적 공급액 569억1000만원을 기록했다. 올해 은행권 기부금 500억원과 캠코 기부금 500억원 등 총 1000억원 규모로 공급될 예정이었으나 이처럼 예상치 못한 흥행에 금융권으로부터 640억원 재원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긴급 생계비 50만원도 못 구하는 저신용자들이 많다는 현실이 드러나면서 내년에 소액생계비대출에 추가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내년 소액생계비대출 예산을 1000억원 요청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예산 배정을 받지 못해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규모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27일 출시된 소액생계비대출은 연체 여부나 소득 유무와 상관없이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의 자금을 빌려주는 정책금융상품이다.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층의 자금난을 지원하고 소액의 급전을 마련하지 못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저소득·저신용 차주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에서 마련됐다.
대상은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나이스평가정보 기준 744점·KCB 기준 700점)이면서 연소득 3500만원 이하 취약계층이다. 무소득자·연체자도 포함된다. 금리는 기본 연 15.9%이며 최저 연 9.4%까지 인하 가능하다. 6개월간 성실하게 상환할 경우 3.0%p, 서금원 금융교육 이수 시 0.5%p의 우대금리가 제공된다.
앞서 은행권이 3년간(2023년~2025년) 총 1500억원을 기부하기로 발표한 만큼 내년에도 500억원이 추가 기부될 예정이다. 여기에 2019년부터 유보됐던 '국민행복기금 초과회수금'이 대출 재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 재원은 국민행복기금이 금융회사로부터 매입한 부실채권의 회수금액에서 채권매입대금과 관리비용을 차감한 금액을 소생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서금원에 기부한 돈이다. 올해는 263억원의 재원이 기부됐다.
일각에서는 정부에서 구체적인 수요조사를 실시해 추가 예산편성을 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소액생계비 대출이 중저신용자들이 긴급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창구인 만큼 섬세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액생계비대출은 취약계층 긴급 자금지원"이라며 "다만 수요 규모를 보다 정확히 파악해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