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쇄신으로 난국 돌파 나선 與… "이번엔 용산이 보여줄 때"
2023.10.18 07:00
수정 : 2023.10.18 07:00기사원문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5개월이 지났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부조직 개편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여당은 물론 대통령실에서도 내년 총선 승리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추진하려던 주요 정책들이 거대야당인 민주당에 가로막혀 총선 승리로 과반을 확보, 임기 3년차에 국정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집권 2년차까지 대북강경 기조로 한미일 협력 강화를 구축해 안보 측면의 기반을 마련한 윤 대통령은 교육·연금·노동개혁 등 3대 개혁 추진과 세일즈외교, 민생 현안에 적극 대응하면서 단기·중장기 현안에 기민하게 움직일 방침이다.
다만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집권여당 내 변화로 여당에선 대통령실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것으로 보여 수평적 당정 관계를 구축하는 과정에 대통령실이 얼마나 진정성을 보이느냐가 총선에서 또 하나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삐걱거렸던 여소야대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야당 주도로 통과된 법안에 두차례 거부권을 행사했고, 내각에 대한 세번의 해임건의안을 모두 거부했다.
여당이 의석수에서 압도적으로 밀리는 한계로, 거대야당이 법안이나 해임안을 강행 처리하면 대통령이 거부하는 실력행사가 반복된 것이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강대강' 대치로 치닫는 정국에서 윤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정책들 또한 입법화되지 못하고 있다.
여당이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여성가족부 폐지는 민주당의 반대로 보류된 채 국가보훈부 승격과 재외동포청 신설 수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된 것은 야당에 제동이 걸린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같이 역대 정권별 여소야대 상황을 살펴보면 대통령·여당은 야당과 원만한 정국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결국 변화를 꾀해야만 했다.
노태우 정권에선 13대 국회 당시 1988년 7월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서 여소야대를 실감했던 노태우 대통령은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총재와 함께 3당 합당으로 1990년 1월 거대여당을 탄생시켰다.
김영삼 정권에선 14대·15대 국회가 열리기 전 야당과 무소속 당선자들을 영입해 과반을 달성했고, 김대중 정권에선 15대 국회 전반기 DJP(김대중+김종필)연합과 후반기 개원 전에는 의원 영입으로 여소야대를 뚫었다.
노무현 정권의 경우 16대 국회에선 야당에 밀려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가결되고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부결,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일어났으나 17대 국회에선 총선 과정에서 여대야소로 상황을 반전시켰다.
이명박 정권에선 17대 국회 말 여소야대를 겪었지만, 집권 후 18대 국회와 19대 국회 모두 여대야소를 이뤘다. 다만 박근혜 정권에선 19대 여대야소 의회가 20대 의회에선 여소야대로 반전됐다.
■총선승리 위한 용산 역할은
취임 후 3대 개혁을 외쳤던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부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고, 노사 법치주의 확립은 어느 정도 기반으로 닦으면서 노동개혁의 토대를 닦은 것으로 평가된다. 노동조합 회계투명성 강화와 고용세습 근절을 위한 입법 의지도 컸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회에서 법 개정이 어려워 시행령 개정으로 우회 돌파구를 찾기도 했다.
그러나 연금개혁은 여야 간 중구난방식 개혁안만 난무해 교통정리조차 쉽지 않고, 교육개혁은 수능과 교권회복으로 시선이 쏠리고 있어 여론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총선 승리가 절실하다는 것을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모두 공통으로 인식하고 있어 여당에선 점점 대통령실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친윤석열계 일색에서 벗어나 임명직 당직자를 전원 물갈이한 국민의힘과 발맞춰 대통령실에서도 발빠른 인적 구성 변화를 요구하는 의견이 여권 안팎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비서관급을 비롯한 수석비서관급 고위인사들의 개편이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이뤄져야 한다는 것으로, '총선용 개편' 이미지를 버리고 효율성 있는 능동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여당에서 이 정도 했으면 용산에서도 화답을 해야 한다. 인적쇄신까지는 아니어도 당정 관계 재정립 차원에서라도 대통령실에서도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당이 그동안 쓴소리 못했다는 것은 늘 제기됐던 문제인 만큼 이제는 대통령실도 메시지보다 행동으로 보여야 국민들이 변화를 인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