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콘서트 티켓팅 뺨치는 어린이집 입소신청
2023.10.18 05:00
수정 : 2023.10.18 05:00기사원문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지>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들었던 고리타분한 멘트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를 매일 외치고 싶은 24개월 워킹맘입니다. 그대신 소소하면서 트렌디한 '요즘 육아'에 대해 이야기하고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 지에 대해 기록하고자 합니다.
"명절 기차예매와 비슷한 마음가짐으로 준비해야 가능합니다"
매년 이맘쯤이면 어린이집 입소전쟁이 시작된다.
국공립 어린이집, 자녀 1명은 하늘의 별따기
지난해 가을, 아파트 단지 내에 신설된 국공립어린이집에 입소신청을 했으나 보기좋게 실패했다. 워킹맘이기 때문에 등하원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단지 내 어린이집을 보내는것이 가장 중요했다. 입소 신청시간이 되자마자 클릭을 했지만 대기 번호가 13번이었다.
정원이 9명이었기 때문에 혹시나 앞에서 입소를 포기할 수도 있으니 그래도 기대가 되는 대기번호였다. 문제는 계속해서 대기번호가 밀리기 시작했다. 단지 내 거주+맞벌이라 조건을 갖췄지만 자녀수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아이가 2명인 집이 신청을 하면 계속해서 순서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었다.
이전에는 신도시에서는 어린이집에 보내기 힘들다는 친구들의 말을 들어도 그냥 그렇구나하고 별 감흥이 없었지만 내가 육아를 시작하니 그 말이 이제야 와닿았다. 신도시가 아닌 곳인데도 이렇게까지 보내기 힘들다는 점도 놀라웠다.
문제는 지난해 입주한 이 단지에는 가정어린이집도 없다는 것이었다. 요새 신축아파트의 경우 임대료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어린이집을 운영하기 힘들어 가정어린이집이 들어오기 힘든 구조라고 한다.
결국 인근에 있는 다른 아파트 가정 어린이집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총 3군데의 대기를 걸 수 있는데 3곳 모두 다 떨어지고 대기순번도 뒤쪽이라 당장 애를 맡길 곳을 찾는 것이 급했다.
다행히 도보 10분 거리의 가정어린이집에 자리가 생겨 입소를 시킬 수 있었지만 출퇴근때마다 가까운 단지 내 어린이집을 못보냈다는 아쉬움은 매번 남는다.
집과 가깝고 시설도 좋고 평도 좋은 어린이집에 자녀가 1명인 집이 보낼 수 있다면 이건 거의 전생에 나라를 구해야 가능한 수준이었다.
입소하려고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
워킹맘 선배들에게 이런 고충을 토로하니 저마다 본인들의 팁을 주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대기번호가 뒤였지만 간식과 원장선생님 선물 등을 사들고 가서 사정을 말하고 잘 부탁한다고 말했더니 입소가 가능했다는 성공스토리였다.
꼭 눈도장이라도 찍고 오라는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큰 맘을 먹고 연차를 쓰고 어린이집에 면담 신청을 했다. 선물까지는 아무래도 오바스러운 것 같아서 간식을 들고 갔다. 그러나 돌아오는 말은 "국공립어린이집은 그런게 힘들어요. 모든 엄마들이 대기번호를 매의 눈으로 매일 체크하고 있거든요"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래도 얼마나 이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은지를 최대한 어필하고 돌아왔다. 혹시나 모를 1%의 확률에라도 기대고 싶었다.
물론 이렇게까지 해야하나는 자괴감이 든 것도 사실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상사에게 이렇게 굽신거린 적이 없었는데, 정말 태어나서 가장 낮은자세로 임한 자리였다. 물론 성과는 없었지만 그래도 해볼만큼 해봤기 때문에 후회도 없다.
어린이집 입소는 시작일 뿐 적응기간 필요해
어린이집 입소가 결정되면 이제 끝이 아닌 시작이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빨리 적응해주면 고맙지만 보통 한달 정도는 걸린다.
처음에는 부모님과 함께 등원해서 장소에 대한 적응을 시작하고, 어린이집에 혼자있는 시간을 한 두시간씩 늘리는 게 보통이다. 이후에는 점심을 먹고 오고, 나중에는 낮잠을 자고 오기까지 단계적인 적응이 필요하다.
이 시기 남편과 연차와 반차를 번갈아가며 썼지만 친정엄마의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했다.
최근 롯데백화점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입학기간 적응을 위한 '우리 아이 첫걸음 휴가'를 신설했다. 이 시기에 정말로 필요한 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기업들에서 이같은 일·가정 양립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휴가를 신설하는데 동참해주길 바랄 뿐이다.
우리아이가 첫 사회생활을 하게 되는 중요한 순간, 아이만큼 힘든 것은 부모들이다. 아직은 너무 어린 아이를 떼어 놓고 나가도 되는 것인지 마음이 그렇게 무거울 수밖에 없다. 어린이집 입소를 앞두고 모두의 걱정이 큰 이 시기, 모두 잘 헤쳐나가길 응원한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