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싣고 비틀대는 구급차’..음주·무면허 등 관리·감독 의무화 시급
2023.10.19 07:00
수정 : 2023.10.19 0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유명 방송인 등이 사설 구급차를 마치 개인용도의 '콜택시'처럼 이용해 물의를 빚는 가운데 이번에는 응급환자의 긴급 이송으로 생명을 살리는 데 쓰여야 할 사설 구급대가 일부 운전자의 음주운전 일탈로 인해 안전사고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특히 사설 구급차를 운용 중인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음주운전을 포함한 운전기사의 범죄 및 운전 경력 등을 조회하도록 하는 계약서상 규정이 없는 등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사설 구급차 운전자 음주 일탈로 오히려 환자생명 위험 초래
1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5단독 홍준서 부장판사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과 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 혐의로 기소된 사설 구급차 운전자 A씨(44)에게 징역 1년6개월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3월 16일 오후 7시께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도로에서 서울 성동구 행사장까지 한 유명 연예인을 개인 일정을 이유로 사설 구급차에 태워 이동한 혐의를 받는다.
또한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A씨는 면허가 취소됐음에도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무면허 상태로 23차례 사설 구급차를 운전하고,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영업 허가를 받은 지역이 아닌 곳에서 19차례 환자를 이송하고 539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 2021년 9월 술을 마신 사설 구급차 운전자가 사고를 내 병원으로 이송된 사례도 있다. 운전자 B씨는 오전 3시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신 채 구급차를 몰다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아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응급환자 등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환자를 긴급 이송하는 데 쓰여야 할 사설 구급차가 일부 운전자의 음주운전 등 일탈로 오히려 환자 생명에 위협을 초래하는 안전사고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채용시 범죄경력 등 조회-관리·감독 의무화 추진
게다가 사설 구급차 운전자에 대한 채용시 범죄 및 음주운전 경력 등을 사전에 거를 수 있는 절차가 전무해 앞으로 제도개선을 통해 채용 이전에 다양한 검증 등을 토대로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운용 주체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상 의료기관 종사자는 개별 법률에 따라 요구되는 특정 범죄경력조회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도록 돼 있는 반면, 사설 구급차 운전기사에 대한 음주운전 이력 등을 조회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는 없는 상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설 구급차를 운용하는 의료기관 335개소 중 324개소는 운전기사에 대한 음주운전 등 정기적인 범죄경력조회를 하도록 하는 계약서상 규정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이 의원 지난 17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사설 구급차 운용자에게 운전기사가 무면허운전·음주운전을 하지 않도록 관리·감독할 의무를 부여하고 위반할 시 행정처분을 내리는 근거를 마련하는 게 골자다.
이 의원은 "사설 구급차 운전자와 운용업체는 응급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이송업무를 맡고 있는 만큼 국가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설 구급차 '안전 사각지대'가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