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특수상황… 정부 나서 경쟁력 있는 부산中企 살려야"
2023.10.19 18:13
수정 : 2023.10.19 18:13기사원문
"부산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부산시와 정부, 기관의 지원이 절실하다. 국회도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서둘러 입법해서 경쟁력이 있는 기업을 즉시 지원해줄 수 있어야 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IBK기업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부산지역 대표들은 고물가·고환율·고유가로 인해 부산 기업 경기가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PF, 가계부채 등 요즘 부산 금융시장 분위기는.
▲최윤영 신한은행 부산중부지역단장=지난해 초 부산 지역의 PF 사업자가 100개 넘었지만 지금은 공사원가 상승으로 조합원의 부담이 커지면서 그냥 서 있는 사업장이 많다. 부동산PF 문제가 해소되려면 공사원가가 낮아지고 건설사가 잘 지을 수 있어야 하는데 금리인하도 1년 내로 이뤄진다고 보지 않아서 단기적으로 해소되기 어려울 것 같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지금까지는 인건비를 줄이면서 버텼는데 이제는 버티다가 부도 나는 등 진정됐다는 느낌이 아직 없다. 신한은행뿐만 아니라 여러 금융기관이 한계상황에 몰린 기업의 이자납입 유예, 이자감면, 회생 가능성이 있으면 추가 지원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정진량 IBK기업은행 부산지역본부 본부장=부동산PF 시장은 땅을 구입해놓고 잔금을 못 치르고 있는 건설사가 상당히 많다. 고금리에 원자재 값 인상, 은행의 자금조달도 쉽지 않다. 그래서 최소 1년 반에서 2년씩 사업계획을 연기하는 그런 과정에 있고, 앞으로도 당분간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김태안 우리은행 부산서부영업본부 본부장=소상공인, 자영업자도 문제다. 코로나19 당시 대출이 대다수인데 이제 금리도 일반대출로 전환됐고 분할상환을 시작하다 보니 한계기업이 나오고 있다. 보증재단에서 한 보증서 대출도 많이 연체되고 있다. 가계대출은 가계 신용대출 연체는 거의 없지만 원금을 포함해서 상환하는 주택담보대출 연체는 많다. 그래서 소상공인과 가계대출 연체에 은행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은행이 이자감면 등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앞으로 연체율은 더 증가할 것 같다.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가 상승 기조에 있기 때문에 금융시장 분위기는 더 안 좋을 것이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지방 중소기업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리스크 관리와 대응방안은.
▲이병직 하나은행 부산경남지역 대표=은행은 마진을 줄여서라도 기업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 법인 지원에 문제가 있다. 운영자금 5억원 한도에서 2.5% 이자를 지원하는데 지원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 경제규모는 커졌는데 한도 기준은 여전히 5억원이다. 이를 현실화할 방안이 필요하다. 부산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연장되지 않고 일몰됐다. 경쟁력이 있는 업체는 워크아웃을 통해서 즉시 지원을 해줘야 한다. 정부에서는 자율협약을 발동하라고 하는데 법적 구속력이 있는 기촉법이 있어야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강제할 수 있다. 국회에서 빨리 기촉법을 해줘야 한다.
▲정진량 본부장=기촉법 일몰로 기업은행은 자체적으로 '중소기업 리밸류업 프로그램'을 지난 10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기업은행이 주거래은행인 경우에 한국은행 금리만큼만 이자비용을 내고 나머지 이자비용은 2년 동안 유예시켰다가 5년에 거쳐 분할하게 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우리는 기업 여신 포지션이 커서 연체가 계속 늘어나는 등 정부만 기다리기에는 위급한 상황이다.
▲주종열 KB국민은행 부산연제지역 본부장=정부와 지자체가 기술은 있는데 자금이 없는 기업을 키울 수 있도록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 우수기업은 은행이 경쟁적으로 영업하는데, 기술력은 있는데 자본이 없는 기업을 금융기관에서 지원하라고 하면 다 해줄 수 없다.
▲최윤영 단장=통제할 수 없는 리스크가 너무 큰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수출 의존적인데 고환율·고금리에 전쟁이 발생해서 유가도 치솟았다. 생산원가가 부담되고 금리는 적어도 1년 내로 내릴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어렵다. 정부의 기업 이자보전 정책이 기업에 많이 도움이 된다.
▲김태안 본부장=지자체 이차보전제도가 있다. 기업이 운영자금을 빌릴 때 지자체에서 이자를 보전해주는데 금리 5% 중 2.5%를 보전하면 기업은 2.5%의 이자만 부담하는 제도다. 지자체에서 이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 지원기준도 신규 대출만 가능하도록 했는데, 기업들은 기존의 높은 대출금리를 대환하는 수요가 있어 이를 유연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 또 보증료를 낮추고 감면하는 역할을 은행이 하고 있는데 보증기관의 보증한도를 늘려야 한다. 은행, 보증기관, 지자체가 각자 역할을 한다면 내년 상반기까지 일정 부분은 버틸 수 있다. 지금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고유가라는 특수상황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리스크 관리가 아니라 한계기업이 되기 전까지 어떻게 정상기업으로 갈 수 있는지 지원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인구유출로 '부산에 노인과 바다만 남았다'는 자조가 나오는데 원인이 무엇인가. 부산의 성장동력을 위한 해법은.
▲주종열 본부장=부산의 청년 창업자, 청년 스타트업을 지원하지 않으면 인구유출을 막을 수 없고, 부산에 노인과 바다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는 자조가 현실화될 것이다. 우수기업 부산 유치가 필요하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성장동력의 충분조건이 될 수는 있다.
▲김태안 본부장=부산의 산업구조에 인구유출 원인이 있다. 부산은 산업구조가 제조업 중심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서비스업 중심의 소비도시다. 제조업을 기준으로 봐도 협력사만 대부분 있고, 공장들은 녹산공단 등에 있다. 이들은 규모가 크지 않고 자생력과 확장성이 없다. 공장은 고용창출에 기여하지만 실질적 인구유입 효과는 없다. 대기업 본사는 다 서울에 있고, 대기업 의존도를 따라가는 것이 지역의 현실이다. 이 구조를 바꿔야 한다. 부산광역시가 나서 우수기업 유치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기업에 세제감면 정책을 제시해서 굵직한 기업체를 유치하는 것이다. 산업은행 유치도 하나의 방안이 된다. 여기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주도적으로 투자은행(IB) 역할을 하고 시중은행과 같이 투자조달을 공동으로 추진하면 시너지가 날 것이다.
―부산이 국제 금융허브로 발돋움하거나 디지털금융 중심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김태안 본부장=지역 전문인력 양성이 중요할 것이다. 디지털 금융이나 IB 관련 학과를 신설·증설해서 인력을 확충하고, 지역인재 할당 50% 배정 등 우수인재를 양성하고 일자리로 연계해야 한다.
▲이병직 대표=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시작으로 자산투자공사, 수출입은행, 가상화폐거래소까지 모두 부산에 올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부산이 국제 금융허브로 발돋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주택공사와 캠코가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부산 시장에 자금이 꽤 많이 흐르고 있다. 금융공기업들이 부산에 와서 잘하고 있고, 인프라 구축도 됐으니 올 여지가 있다.
▲주종열 본부장=정부 지원뿐만 아니라 2030 엑스포를 유치하면 경제효과로 수조원이 예상되는 만큼 부산시가 다시 제대로 발돔움하는 키가 될 것 같다. 또 청년 일자리 지원으로 젊은이들이 부산으로 들어올 수 있는 유인책이 있으면 디지털 금융 중심지가 가능할 것 같다.
―내년 부산지역 기업 경기전망은.
▲김태안 본부장=고환율·고물가·고유가 등 3고 현상이 지속될 것이다. 한국은행 부산본부에서 발표한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IS)에 따르면 부산지역 제조업 지표는 68로, 전월(69)보다 1p 내렸고 10월 전망 BSI는 전월보다 3p 하락했다. 현장에 있는 제조업 대표 중에 내년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이가 거의 없다. 다 어떻게든 버티자는 생각이다. 지자체에서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주종열 본부장=내년 하반기가 되면 알겠지만 길면 1년 정도 어려움이 지속될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시는 금융기관, 기금과 지원대책을 잘 마련해서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도록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정리=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