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 내부서도 이스라엘 정책 기조에 불만..."사실상 반란"
2023.10.21 02:26
수정 : 2023.10.21 02:26기사원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이 레바논으로까지 확전 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 국무부 내부에서도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인도적 구호를 위해 일단 휴전토록 하자는 유엔 긴급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미국이 반대해 무력화시켰지만 내부적으로는 이같은 미국의 입장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가자지구 주민들이 대규모로 살상될 것이 뻔한 이스라엘의 지상전을 지지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직원 반발에 곤혹
20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앤터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서한을 통해 국무부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했다.
WSJ은 국무부 내부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갈등을 조정하는 미국의 방식에 대해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같은 감사 서한이 나왔다고 전했다.
블링컨은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는' 이 지역에서 미국인들이 안전하게 떠나도록 노력해준 국무부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블링컨은 아울러 국무부 내부에서 불만이 있다는 점도 시인했다.
그는 "이번에는 직무만이 아닌 개인적으로도 반발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 지역에 있는 우리 동료 일부, 특히 현지 채용 직원들이 이번 폭력의 직접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은 또 미국을 비롯해 곳곳에서 공포와 심한 편견이 조장되고 있음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번 갈등 속에 희생된 무고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슬림과 유대인, 기독교인, 모든 나라 국민들과 신앙인들을 애도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반란
19일 허프포스트에 따르면 국무부 내부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블링컨 장관, 또 국무부 고위 참모들이 국무부 외교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작전 확대 방침을 일방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한 국무부 관계자는 "국무부 내부 모든 직급에서 기본적으로 반란이 움트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있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침공한 뒤 양측에서 지금까지 4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통해 지금보다 더 막대한 규모의 팔레스타인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과 블링컨은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격퇴하도록 무조건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도 가자지구 또는 국경지대 일반 시민이 고통받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는 이율배반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 국무부 직원들의 내부평이다.
국무부 직원 2명은 허프포스트에 현재 내부에서 이른바 '반대 전문(dissent cable)'이라고 부르는 문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이스라엘 정책을 비판하는 문서로 내부 보안망을 통해 국무부 책임자들에게 문서가 송부됐다고 이들은 밝혔다.
반대전문은 월남전 이후 국무부 외교관들이 정부 외교 정책에 대한 불만이 있을 때 상부에 의견을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
앞서 18일에는 국무부 베테랑 외교관인 조시 폴이 미국의 이스라엘 전쟁 지원을 도덕적으로 용인할 수 없다며 사표를 냈다. 폴은 군비축소를 위한 무기협정 부문에서 10여년을 일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