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선진강국과 핵강국의 대결?
2023.10.24 06:00
수정 : 2023.10.24 06:00기사원문
북한의 이러한 입장표명은 단지 한반도를 넘어 국제문제에서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북한은 자신이 중국, 러시아를 두둔해 주고 그 대가로 중국, 러시아는 자신을 두둔해 주는 일종의 교환과 거래의 성격도 있지만 더 이상 약소국이 아니란 전제하에 내놓은 화법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약소국이 아니란 정체성 형성은 어디에 기반한 것일까? 이는 북한이 이제 핵무력을 완성하고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으로 도약하는 분기점에 있다는 사고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다. 핵무기를 완성했고 제2격 능력 등 추가 고도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핵강국으로서 포효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북한판 ‘대국굴기’다. 강대국이 국제적 문제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해결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북한 자신도 핵강국으로서 그러한 권한이 있다고 인식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대외 메시지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정체성은 북한 자신이 상대할 국가는 강대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측면도 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에이태큼스 지원에 딴지를 걸고 나서는 것도 자신의 상대는 강대국 미국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핵강국 반열의 지위 인정을 강압하는 전략적 속내도 있다.
강대국만을 상대하겠다는 북한의 메시지는 다른 한편으로는 강대국도 핵보유국도 아닌 한국과는 직접적으로 상대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측면도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한국을 단지 약소국일 뿐이라고 치부하는 것일까? 만약 북한이 한국을 약소국이라 평가절하한다는 이는 착각이자 오판이다. 한국은 미국과 같은 강대국도 아니고 핵보유국도 아니다. 하지만 세계 10위 경제대국, 6위 군사강국이라는 하드파워(Hard power)와 한류로 대변되는 초일류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보유한 명실상부한 선진강국이다. 반면에 북한은 핵무력 완성국일지는 모르지만 경제력까지 포함하면 하드파워는 수준 이하고 소프트파워는 평가 자체가 우스운 국가다.
따라서 북한은 자신과 한국의 대결 구도를 ‘핵강국 vs. 약소국’이 아닌 ‘일시적 핵완성국 vs. 지속가능한 선진강국’으로 바라보는 게 합당하다. 식량난에 허덕이는 수준의 하드파워와 인권유린이라는 최악의 소프트파워에 기반한 국가가 오직 핵무기에만 기대어 국제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한심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식량안보를 포기하고 핵안보에 질주한 모습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이러한 무도한 질주를 한동안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어렵더라도 북한 비핵화를 반드시 달성해야만 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북한의 핵 협박은 점차 고도화될 것이다. 한국은 ‘자강 극대화’와 ‘한국형 확장억제 제도화’를 제대로 완성하는 노력을 한층 강화함으로써 그런 협박이 통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