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15-VII-69 #88'

      2023.10.23 12:40   수정 : 2023.10.23 12:40기사원문
1913년 전라남도 신안에서 출생한 김환기는 20세기 한국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다. 일본 니혼대학 시절이었던 1934년, 아방가르드 미술연구를 결성해 추상미술 운동에 참여했고, 서울대 미대 교수로 재직하던 1947년, 유영국·장욱진·이중섭·이규상 등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단체인 ‘신사실파’를 결성해 새로운 모더니즘 운동을 전개했다.

서울에서 작업하던 시절에는 산, 달, 해, 매화, 사슴, 백자, 학 등 한국적인 소재를 화면에 담으며 작품의 정체성을 확립해갔고, 파리 시절(1956~1959) 세계적인 예술가들을 직접 접하면서도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생각에 뿌리를 두고 작업을 이어갔다.



이 시기 김환기는 화가들, 화상,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미술이론에 대해 더욱 깊이 공부했고, 파리·니스·브뤼셀 등에서 전시를 개최하며 많은 걸작을 소개하는 성과도 달성했다.

1963년, 한국 대표로 상파울로 비엔날레에 참가해 명예상을 수상한 김환기는 그 당시 세계 미술을 주도하던 추상표현주의를 접한 후, 추상표현주의의 중심지인 뉴욕으로 향했다.

한국 미술계에서는 최고의 명예와 명성을 가졌던 작가였지만, 새로운 예술적 도전을 위해 불굴의 도전 의식을 가지고 아무 연고도 없는 뉴욕 생활을 시작, 작고하는 1974년까지 그의 예술세계를 완성했다.

김환기는 새로운 재료와 다양한 기법, 점차 간결해진 구도와 고감도의 색감을 사용해 다양한 조형 실험을 이어갔다. 또 고국에 대한 향수와 인간 본연에 대한 동경에 더해진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와 불확실성은 그의 창작 의지를 더욱 불태웠다.


25일 K옥션 10월 경매에 나오는 '15-VII-69 #88'(사진)은 김환기의 뉴욕시대 십자구도 작품으로, 점점 대상의 형태가 사라지고 점·선·면에 대한 조형적 탐구가 이뤄지던 과정의 작품이다.

‘십자구도’라는 명칭은 화면을 십자로 분할한 구도에서 작가가 편의상 붙인 것이다. 십자구도의 작품은 화면 가운데 선이 교차되도록 사등분해 화면을 분할하고, 교차점을 중심으로 둥글게 색면을 채워나가며 중앙에 시선이 집중되는 구성을 보인다.
이 작품에선 전면점화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시도했던 김환기의 끊임없는 예술적 모험을 확인할 수 있다.

K옥션 수석경매사·이사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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