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관리' 강조한 이창용 "DSR 규제 강화..쉽게 금리 안 낮출 것"
2023.10.23 19:53
수정 : 2023.10.24 07:30기사원문
■부채 관리, DSR 규제 강화·필요시 금리인상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리경제 뇌관으로 꼽히는 민간부문 부채에 대해 "정책당국에 조금 더 강화된 DSR 규제를 하자고 건의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금리인상 등 영향으로 줄어들던 가계대출은 올해 2·4분기 이후 증가 전환, 지난달말 은행권 가계대출잔액은 1080조원에 달했다. 이 총재는 '정책당국의 미시적 대응이 우선', '당국과 같은 목표를 갖고 협의 중'이라면서도 필요시 거시정책을 쓸 수 있다고 재확인했다. 그는 "경기를 부양하기보다는 금리 수준을 높게 가져감으로써 가계대출이 증가할 수 있는 여력을 없애는 것"이라며 "미시정책을 해서 (대출이) 너무 줄지 않으면 금리도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미시적·거시적으로 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하는 동시에 금리인하로 대출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빚투(빚내서 투자)족'에게 경고한 이 총재는 "수도권 일부 지역 집값이 올라가는데 통화정책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다"며 "다만 그로 인해서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건 저희가 최선을 다해 막겠다"라고 했다. 비공식 협의체인 F4(Finance4) 회의 뿐 아니라 거시건전성 정책 협의체를 제도화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제도화·법제화해서 실효성 있게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50년만기 주택담보대출, 특례보금자리론 등 당국의 정책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에는 "의사가 약을 쓸 때 열이 좀 낮아지는지 아닌지 보면서 약을 조절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시장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약을 썼는데 과도한 반응이 있어서 조절하는 것"이라며 "정책 실패라고 하기에는 빠르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금리인상이 쉽지 않다는 고충도 밝혔다. 이 총재는 "금리인상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일반 가계의 부동산 대출은 대부분이 고소득자가 많아서 (소비여력 감소로) 성장이나 이자부담으로 오고, PF는 금융기관과 연결돼 있어서 안정성 문제와 관련 리스크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금리인상시 부동산 PF 대출 부실 등 금융기관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중동 분쟁에 "기대인플레 2% 이하로 관리"
이 총재는 이스라엘·팔레스테인 하마스 간 전쟁이 향후 통화정책의 최대 변수로 지목했다. 이 총재는 한은 통화정책 제1의 목표인 물가안정과 관련 "지난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7%까지 올랐지만 연말까지 3%로 내려오고 더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저희가 예상했던 물가경로가 하마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유지될지 여부"라고 말했다. 한은 물가경로 전망이 빗나갈 경우 '소비자들의 향후 1년간 인플레이션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 관리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물가상승률 전망이 올라갈 경우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매파적' 발언이다.
이달 4일 원·달러 환율이 1363원대로 연고점을 기록하는 등 환율이 상승한 가운데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이 총재는 "미국이 고금리로 갈 것이라는 건 예상을 했는데, 문제는 미국 금리가 올라서 한국 금리까지 같이 올라가는 영향이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으로 우리나라 금리도 덩달아 올라서 환율 상승압력이 커질 수도 있지만, 시장에서 자연스레 긴축적인 기조가 이어지면서 환율 상승과 자본유출이 완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장기 저성장' 탈피를 위해 구조개혁을 강조한 이 총재는 향후 경제성장에서 최대 변수로 중동 사태를 꼽았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은 1.4%에 부합하거나 다소 하향 조정하거나 할 지 중동사태 양상을 봐야 한다"라며 "내년 경제성장률은 향후 몇 주 동안 중동 사태가 어떻게 변할지 봐야 한다"고 했다. 당초 내년 성장률을 2.2%로 전망했는데 '원점 재검토' 필요성도 언급한 것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