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일하는 환경'에 늘어난 '일하는 여성'.. 경기회복기 고용 견인

      2023.10.24 17:38   수정 : 2023.10.24 17: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코로나19로 근무여건과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고용률이 급상승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통상 경기회복기 고용 회복이 부진한데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대면 서비스업이 빠르게 회복하고 여성에게 우호적인 근로환경이 조성되면서 고용률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오삼일 고용분석팀장은 24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를 통해 "팬데믹 이후 경기회복 과정에서 고용률이 빠르게 상승하는 Job-rich recovery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에서 발견되는 공통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경기회복기 고용률은 과거평균 0.5%p 올랐는데 팬데믹 이후에는 3.2%p 상승했다.
동시에 실업률은 1.5%p 떨어져 과거평균(0.0%)을 밑돌았다.

오 팀장은 △대면 서비스업의 빠른 회복 △근로시간 감소 △근로조건 유연화 및 사회적 통념 변화 △노동 비축을 고용률 상승 원인으로 꼽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대면 서비스업이 과정에서 노동시장이 빠르게 회복했다는 분석이다. 오 팀장은 "대면 서비스업은 학력이나 기술 요건이 상대적으로 낮아 노동수급 미스매치가 높지 않아 상대적으로 매칭 성공률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바뀐 근로환경도 고용률을 높인 것으로 평가됐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근로조건이 유연화돼 여성들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기혼 여성의 근무제 활용 비중은 14.4%였는데 2021~2022년 중에는 20%를 넘어섰다. 특히 재택근무 활용은 7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 팀장은 "감염병 확산 이후 불가피하게 늘어난 남성의 육아분담이 부부 맞돌봄 문화로 확산되며 육아분담에 대한 사회적 통념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라며 "여성들의 노동공급에 우호적인 근로환경이 조성되면서 여성고용이 큰 폭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여성 고용률은 팬데믹 이전 대비 1.7%p 상승한 반면 남성 고용률은 0.3%p 오르는 데 그쳐 여성 고용률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다. 근로시간 감소 또한 취업자수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노동공급량은 1인당 평균 근로시간에 총 취업자수를 곱한 총근로시간으로 정의할 수 있다. 시간이 줄어들면서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총 93만명의 취업자수 증가 효과가 발생했다는 게 한은 조사국 시뮬레이션 결과다.

아울러 인력난을 겪는 기업이 기존 취업자의 고용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이면서 실업률 하락에 기여했다는 진단이다.

경기회복기 고용률이 상승하는 이례적 현상은 대체로 긍정적이나 노동생산성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이다.

오 팀장은 "고용률이 증가세를 유지하고 실업률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내수 회복에 기여했다"라며 "특히 여성의 노동공급 기반이 확대된 건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다른 노동력 부족 우려를 일부 해소할 것"이라고 봤다.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 추세가 10년간 이어져 성별 격차가 미국 수준으로 줄어들면 노동공급이 연평균 152만명(2023~2052년) 늘어날 걸로 분석된다.

다만 오 팀장은 "고용재조정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생산성이 낮은 인력들이 많이 유입됐다"면서 "노동생산성 증가 효과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기침체를 거치면서 고생산 산업으로 고용이 이동하는 고용재조정을 통해 노동생산성이 올라가는데 글로벌 금융위기(4.6%p 증가) 대비 팬데믹 시기 노동생산성 증가폭(2.8%p)이 작다는 것이다.
오 팀장은 "팬데믹 기간 중 고용유지 지원 정책 등으로 산업간 고용재조정이 활발하지 못했던 점은 향후 노동생산성 증가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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