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교수, 유죄판결 파기..대법 "무죄로 봐야"
2023.10.26 13:54
수정 : 2023.10.26 13:5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 등으로 표현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에게 명예훼손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6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명예교수 상고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 명예교수는 지난 2012년 자신이 쓴 책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이자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였고 일본 제국에 의한 강제 연행이 없었다고 기술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학문적 표현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죄가 성립되는가가 쟁점으로 하급심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박 명예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1심은 검찰이 제국의 위안부에서 명예훼손 표현이라고 제시한 35곳 중 5곳이 사실적시에, 나머지는 의견표명에 해당한다고 봤다. 반면 2심은 문제가 된 저서 기술 부분 중 사실 적시 여부를 원심보다 넓게 인정했다. 2심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갖는 사회적 가치나 평가는 강제로 동원돼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데 있다"며 "책에서 문제 된 부분은 이러한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한 사실을 적시했다"고 지적했다.
또 "(제국의 위안부에 나온) 조선인들이 자발적으로 위안부로 활동해 경제적 대가를 받고 성매매를 했고, 일본군에 협력해 전쟁을 수행했다는 내용 등은 객관적 표현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해 허위사실"이라고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문제가 된 표현들이 박 명예교수의 학문적 주장 내지 의견의 표명으로 평가함이 타당하고,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만한 '사실의 적시'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학문적 연구에 따른 의견 표현을 명예훼손죄에서 사실의 적시로 평가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점에서 볼 때 학문적 표현을 그 자체로 이해하지 않고, 표현에 숨겨진 배경이나 배후를 섣불리 단정하는 방법으로 암시에 의한 사실 적시를 인정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사실 적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