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채권개미···東학 줄이는데, 못 놓는 西학

      2023.10.29 13:10   수정 : 2023.10.29 13:1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올해처럼 채권 개미가 열띠게 활동했던 시기는 없었다. 지난해 금리가 상승 질주했던 터라 올해 금리인하를 기대한 투자자들이 대거 시장에 발을 담그면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런 희망을 실현시켜 줄 의지가 없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지만 서학개미들은 멈출 기미가 없다.



2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누적 미국채 순매수 금액(26일 기준)은 11억122만달러(약 1조4900억원)로 집계됐다.

직전 4개월(3~6월) 동안 기록한 6억7169만달러와 비교해 64%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특히 7월엔 5억2809만달러로 올해 월 단위 최고치를 나타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간접투자도 같은 흐름이다. 국내 투자자의 하반기 해외주식 순매수 1위는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트레져리 불 3X SHS'(4억9029만달러)가 차지했다.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 헤지'(3위·2억7585만달러),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바이라이트'(1억4853만달러) 등 장기채 상품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지난해 내내 진행된 금리인상으로 채권가격이 대폭 떨어져 있는 데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한껏 담아두겠단 판단이다. 향후 금리 하락시 더 큰 시세차익을 보겠단 의지가 반영됐다. 통상 금리가 내리면 기발행 채권의 매매가격이 뛰고, 매도시 자본차익을 볼 수 있다. 이를 담은 ETF 수익률 역시 상승 곡선을 그린다.

실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5%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장중 5% 돌파는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었다.

주식시장이 좀체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채권이 투자 공백을 메워줄 대안이 된 영향도 있다. 만기까지 보유해 발행 당시 결정되는 명목이자율(쿠폰 금리)을 안정적으로 취할 수 있고, 채권값 상승 시점을 노려 매도할 경우 차익을 거둘 수도 있다.

반면, 국내 채권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잦아드는 양상이다. 하반기 총 순매수액은 11조2880억원으로, 직전 4개월(13조5750억원) 대비 16.8% 축소됐다. 4월에는 4조원대까지 뛰었으나 9월 이후 2개월 연속으로 2조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엇나간 금리인하 예측에 따른 피로감에 일찌감치 포기한 모습이다. 채권가격이 미국채 만큼 싸지지 않는 상태에서 금리인하 시점은 역시 계속 밀리고 있어서다. 한미 간 금리 기조가 디커플링 될 수 있단 전망도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4.2%대다.

KB증권은 경기 상황과 물가상승률에서도 차이가 나타나는 등 금리가 동조화되지 않을 재료들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KB증권 임재균 연구원은 “미국 경제지표는 견고한 모습을 보이면서 연준이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하고 있는 반면, 국내는 반도체 업황 바닥론이 힘을 받곤 있으나 경기는 부진한 상태”라며 “물가상승률에서도 한국이 더 낮은 가운데 미국은 견고한 고용시장과 주거 물가 우려가 존재한다”고 짚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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