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돈이 어디서"...명품소비 침체 뚫고 3년간 2배↑
2023.10.28 06:00
수정 : 2023.10.28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 최근 결혼한 A씨(32)는 예물로 고급 시계를 장만했다. '일부 브랜드의 경우 신품 구매가 어려워 중고 가격이 오히려 더 비싸지는 등 투자 가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상품이 시장에 풀릴 때마다 새벽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은 물론 예약 경쟁도 치열하다.
#2. 아직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 사이에서도 명품 열풍은 뜨겁다. 인터넷에는 공공연하게 겨울 패딩의 '계급표'가 나돈다. 유행에 따라 재벌 총수가 입었던 브랜드조차도 부침을 겪는다. 유튜브 등지에서는 중고등학생의 '명품 쇼핑 브이로그'가 수십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중이다.
고금리·고물가의 이중고가 3년여를 지속하고 있지만 명품 소비는 오히려 규모를 2배 가량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가처분소득이 줄고 물가는 되레 치솟으며 직장인들의 점심값조차 부담으로 떠올랐지만 사치재 소비는 여전히 높다.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석·귀금속, 고급시계 등 고가 사치품 과세 건수는 최근 4년간(2019~2022년) 계속해서 늘었다. 과세 건수는 2019년 2만9054건에서 2020년 3만5974건, 2021년 5만299건, 2022년 5만8386건으로 3년 새 2배 가까이 규모를 키웠다.
현행 개별소비세법에 따라 고가 사치품에는 물품별 기준 가격 초과분에 대해 20%의 세율이 적용된다. 명품류에 부과된 세액은 2019년 1362억원에서 2020년 1452억원, 2021년 2075억원, 2022년 2834억원으로 역시 2배 가까운 증가를 기록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여윳돈 사정은 악화일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평균 383만1000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8% 줄었다. 전체 소득에서 이자와 세금 등을 빼고 소비와 저축에 쓸 수 있는 평균치가 400만원을 밑도는 중이다.
소비 지출까지 뺀 '흑자액'을 보면 감소폭은 더욱 커진다. 2·4분기 가계의 월평균 흑자액은 114만1000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3.8%(18만3000원)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 수준의 감소폭이다. 감소폭의 증가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4·4분기 -2.3%, 올해 1·4분기 -12.1% 연속해서 큰 폭으로 줄었다.
주 요인은 이자비용과 고물가로 인한 기존 지출의 증가지만, 명품 소비의 오름세도 심상치 않다.
품목별로 고급가방에 대한 부과 건수가 2019년 1만5539건에서 2022년 3만7996건으로 2만2457건(145%) 급증했고, 부과 세액 또한 186억원에서 593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고급시계 역시 동기간 7690건(746억원)에서 9967건(1292억원)으로, 보석·귀금속도 2569건(343억원)에서 4842건(788억원), 고급가구는 2128건(59억원)에서 3683건(121억원)으로 뛰어올랐다.
한병도 의원은 "최근 명품 소비가 보편화되는 한편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며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과세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한 모니터링과 제도 보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