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추가 북송 조짐, 방관해선 안되는 이유
2023.10.28 12:19
수정 : 2023.10.28 12:28기사원문
일본 교도통신은 26일 중국 정부가 이달 초 대규모로 단행한 탈북민 강제 북송에 이어 중국이 추가 북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린성 등 북한 접경지역 여러 곳에 수용된 탈북민을 육로로 북한에 송환하는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어 통신은 “북한이 탈북민을 엄벌할 자세를 보인다.
■한변 등 대북 단체, 중국 2600여명 탈북민 강제 북송.. 추가 북송 준비 중 지적
국내외 전문가 그룹에선 대체로 이런 중국의 행태에 대해서 "탈북민 강제북송은 인권유린을 외면하는 극단적 사례이자 보편적 가치를 저버리는 모습"이라며 "북한인권에 대한 지금까지의 우리 정부의 노력이 진정성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호히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을 포함한 국내 대북 단체들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8월 말부터 이달 9일까지 중국 정부에 의한 북송으로 2600명에 달하는 탈북민이 강제로 북한에 돌아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수백명의 탈북민을 추가로 강제 북송하기 위해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이영환 대표는 “2000년대 중반 만난 이후 가장 신뢰해 온 탈북민 지원 활동가로부터 확보한 정보”라며 “중국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전후로 3회에 걸쳐 총 620여명의 탈북민을 강제북송했다고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중국이 8월 29일, 9월 18일에도 각각 80여명, 40여명의 탈북민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 직후인 지난 10월 9일에도 500여명의 탈북민을 강제북송했다며 아시안게임 개막 전 이뤄진 2차례 강제북송은 중국 단둥에서 북한 신의주 경로로 중국 관광버스를 통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들 500여명은 대부분 코로나 기간 중 체포된 여성이 대부분이며 이 중에는 국군포로가족도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현재 중국 교도소들에 남아있는 북한 국적 수감자는 약 1천여명”이며 이중 길림성 장춘시 교도소에 약 절반에 해당하는 475명의 탈북민이 있는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북중 국경지역의 수감시설서 고문과 구타, 인권침해 격으며 강제 북송 관측
정 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는 이 대표와 다소 다른 분석을 제기하면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시작 전 한 달 동안 2000여명의 탈북민을 암암리에 송환했다며 중국이 행한 일련의 강제북송 마무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은 7월 27일 전승절 경축행사에 파견된 중국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등 대표단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전 탈북민들을 송환하기로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정 대표는 북한으로 호송이 된 이들은 약 6개에서 9개 북중 국경지역의 수감시설에서 고문과 구타, 인권침해가 끊임없이 이뤄지며 조직적이고 계획적이고 야만적 과정을 겪으며 북송을 당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단 한 번도 외교적 문서나 대변인의 발표가 없었다”고 지적하며 “한국 정부는 국제협약에 따라 매우 당당하게 중국에 공식적으로 탈북민 강제북송 중지를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등 유엔 인권 전문가들이 중국에 탈북민 강제북송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등 유엔 인권 전문가 14명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중국은 탈북자 강제 북송의 대안책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며, 국제법상 보장된 강제송환 금지원칙(non-refoulement)을 준수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어 “여러 국제인권기구의 거듭된 호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대다수가 여성인 수백 명의 탈북민들을 강제 송환했다는 보고에 우려한다”고 명시했다.
■韓 '외교’ 위한 ‘인권’을 양보란 왜곡 공세 우려...인권은 인류 보편적 가치, 강력 주문해야
이와 관련해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국과 상호존중의 원칙하에서 한중관계 발전을 바란다는 외교적 방향과는 별개로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 차원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하므로 중국이 탈북민 강제북송이라는 인류 진화의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강력한 주문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한국이 주도적으로 유사입장국과 연대해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은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고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외교’를 위해서 ‘인권’을 양보했다는 왜곡된 공세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 센터장은 "현재 미중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높고 한일중 정상회의, 나아가 한중 정상회담의 청신호까지 켜진 상태다. 이런 외교적 창구를 잘 살려내는 노력은 중요하다"며 "하지만 탈북민 북송문제에 대해 저자세를 보이면 외교 가동을 위해서 북한인권을 양보한다는 오해가 불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보편적 가치 위반 행태에 대해서는 이원화해 단호히 문제를 제기해야 할 것이라는 풀이로 해석된다.
그는 "특히 인권과 외교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철학과 지략을 정교화해서 추진해야 한다"며 "인권은 인류 모두의 문제이고, 외교는 국가 간의 문제라는 차이점을 잘 설명하면서 특정 국가에 대한 인권 문제 제기는 외교와는 다른 차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진 장관 '탈북민 강제북송 안 된다' 中 왕 부장에 전달... 외교 채널 가동 중
한편 박진 외교부 장관은 27일 외교부 등에 대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출석, 여야 의원들의 관련 질의에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에) 우려를 전달하고 '탈북민이 강제북송돼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카운터파트인 왕 부장에게도 전달했다"고 답했다.
다만 박 장관은 "중국이 (탈북민에 대한) 우리 입장을 잘 안다"면서도 "중국은 우리와 시각이 다르다. (중국은 탈북민을) 불법 월경한 사람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탈북민은 국제인권과도 관련된 문제"라며 중국 측에 '건설적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이 이뤄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각급 외교 채널을 통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