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도 바쁜데 퇴직연금 언제 신경 쓰지"...알아서 자산 배분하는 'TDF' 주목
2023.10.28 05:59
수정 : 2023.10.28 05:59기사원문
■생애주기 맞춰 '효율적 자산배분'
연금 가입자를 위한 금융 상품인 TDF는 투자자의 은퇴시점(Target Date)를 고려해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산배분 펀드’입니다. 젊을 때는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고 은퇴할 연령에 가까워지면 예·적금,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방식인데요. 가입자가 선택한 은퇴 시점에 맞춰서 자체적으로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초장기 금융 상품’입니다.
장기 투자 상품인 만큼 ‘분산형’ 자산 운용 방식이 핵심입니다. 지나치게 안정적으로 운용하면 물가, 임금 상승률을 따라갈 수 없고 너무 고수익만 추구하게 되면 노후 자금이 위험해지죠. 이에 TDF는 다양한 주식과 채권에 골고루 분산 투자합니다. 또 국외에도 적절히 자산을 배분해 국내 투자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회피하면서 새로운 수익을 찾기도 합니다.
언뜻 보면 TDF는 직장인이라면 안 할 이유가 없는 상품입니다. 투자 경험과 역량, 시간이 모두 부족한 직장인 입장에서는 꼭 해야 하지만 귀찮은 연금 관리를 대신 해주기 때문인데요. 다만 모든 투자자에게 TDF가 적합한 선택은 아닙니다. 우선 자신이 원하는 목표 수익률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만약 내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이자율 정도의 수익에 만족한다면 원리금 보장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은행의 정기 예금말고도 보험 회사의 이율 보증 보험(GIC), 증권사의 주가 연계 파생 결합 사채(ELB) 등이 있습니다.
시중 금리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원하고 포트폴리오 관리도 대신 해주지만 TDF와 달리 투자기간 동안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대체자산의 비중을 일정하게 가져가는 밸런스 펀드(BF)도 있습니다. 다만 BF는 정해진 은퇴 시점까지 환매하지 않아야 유리한 상품입니다. 따라서 TDF는 예금 수익보다 높은 수익을 원하고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 중에서 아직 퇴직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투자자에게 어울리는 상품입니다.
■은퇴시점 정하고 수익률 따져야
TDF에 가입하기로 했다면 ‘은퇴 시점’부터 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1980년생 직장인이 55세에 은퇴할 계획을 하고 있다면 은퇴 시점은 ‘2035년’이 되겠죠. 이제 목표 시점과 일치하는 TDF를 선택하면 되는데요. ‘빈티지’, 즉 은퇴시기를 말하는 TDF 상품명 뒤에 붙은 네 자리 숫자를 살펴보고 선택하면 됩니다. 2035년에 근처에 은퇴하고 싶다면 TDF2035를 선택하고 만약 그보다 보수적인 투자성향이라면 TDF2030, 공격적이라면 TDF2040을 선택하면 되는 거죠. 현재 국내에는 TDF2060까지 출시된 상태입니다.
그다음에는 ‘수익률’을 봐야 합니다. 연금 특성상 변동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자산의 장기적인 축적이 가능할 텐데요. 따라서 단기적 변동성에 노출되지 않으려면 3~6개월 또는 1년 단위의 수익률보다는 3년 이상의 장기 수익률을 확인해야 합니다. 또 빈티지가 같은 TDF끼리 비교해야 합니다. 그래야 리밸런싱 주기와 방법 등 운용 전략이 어떻게 다른지, 그에 따른 수익률 차이가 얼마나 차이 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죠. 수익률은 포털사이트의 증권 섹션에서 빈티지별로 비교하거나 직접 자산운용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펀드명을 검색한 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따져야 할 조건이 많습니다. ‘변동성(표준편차)’도 중요한데요. 수익률의 변동성이 높으면 수익률을 예측하기 힘들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기 힘듭니다. 위험 자산 비중이 유사한 빈티지를 가진 TDF의 변동성을 유형별로 비교해 보는 편이 좋습니다. 장기투자 상품에 있어 ‘수수료’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보수 차이가 작게 나더라도 복리 효과로 향후 총 수익률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때 TDF의 투자 대상인 하위 펀드에 딸린 보수 ‘합성 총보수’도 함께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또 글로벌 주식, 채권, 대체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만큼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도 고려해야 하는데요. 이름 끝에 [H]가 붙으며 환 헤지를 하는 것이고 [UH]는 하지 않는 겁니다. 문제는 각국의 금리, 물가 등 여러 요소에 의해 환율이 결정되기 때문에 어떤 것이 좋다고 얘기하기 어렵다는 건데요. 환 헤지를 스스로 해주는 TDF도 있으니, 투자에 경험이 많지 않은 직장인의 경우에는 이같은 상품을 선택하는 편이 좋습니다.
■연금시장 커지는데..."디폴트옵션에 TDF 담아볼까"
TDF 시장은 지난 7월부터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시행되면서 성장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가 별다른 운용 지시를 하지 않더라도 경우 사전에 가입자가 지정한 상품, 포트폴리오에 맞춰 자동으로 퇴직연금이 운용되는 제도입니다. 만약 퇴직연금 가입자가 디폴트옵션 대상으로 사전에 TDF를 지정했으면 적립금이 자동 투자되는 거죠.
디폴트옵션 상품은 △초저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등 네 가지 위험등급으로 분류되는데요. 초저위험의 경우 원금이 보장되는 은행 예금, 저위험은 자산배분펀드 등을 담고 있고 TDF는 중·고위험 디폴트옵션 상품에 포함됩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2·4분기 말 기준 판매·운용 중인 223개 디폴트옵션 상품의 위험등급별 6개월 평균 수익률은 △초저위험 2.26% △저위험 4.23% △중위험 6.09% △고위험 8.88%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더구나 올 들어 퇴직연금 적립금이 10조원 이상 증가하는 등 연금 시장이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 중이라 TDF에 대한 관심은 향후 더 커질 전망입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2·4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전년 말 대비 약 10조원 증가한 34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다만 디폴트옵션의 도입과 연금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TDF의 수요는 아직 크게 늘지 않고 있는데요.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예·적금, 주가연계채권(ELB), 환매조건부채권(RP) 등으로 이뤄진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증시가 부진하면서 최근 수익률이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 등 연금 선진국에서 TDF의 운용 성과가 증명된 만큼 TDF에 섣부른 판단을 내릴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올해 9월 말 기준 2050년 TDF의 연 환산 수익률(10년)은 7.60%에 달했고 미국 전체 TDF 시장의 경우도 지난해에만 207조원 가량의 자금이 신규 유입됐습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