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한달 영아, 기도삽관 중 사망…대법 "의료진 과실 단정 못해"

      2023.10.29 11:38   수정 : 2023.10.29 11: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병원 응급실을 찾은 생후 37일된 영아가 기도 내 삽관·흡인을 하다 결국 사망했다면 의료진 과실을 단정할 수 있을까.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숨진 아기의 부모 등이 A 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숨진 아기는 2016년 1월 7일 기침증세로 A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급성 세기관지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약물 치료를 받고 퇴원했지만 다음날 오전 호흡곤란 및 청색증으로 다시 이 병원 응급실로 왔다.

아기의 양쪽 폐에서 수포음이 나오자 기관삽관 등의 처치를 했지만 호흡불안 상태가 반복되다 1월 11일 결국 사망했다.

숨진 아기 부모 등 유족들은 의료진 과실로 아기가 사망했다며 5억 3000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병원 의료진은 인공호흡기를 유지한 상태에서 아기에게 폐쇄형 기관흡인을 했는데, 불필요한 처치로 아기가 생명을 잃었다는 것이 유족들 주장이다.

폐쇄형 기관흡인은 구강, 비강 및 기도에서 분비되는 분비물을 제거해 기도의 개방성을 유지하고 분비물로 인한 감염이나 무기폐 등을 방지하기 위해 흡인 기구를 이용해 직접 가래를 흡인하는 것을 말한다.

산소포화도 95% 이상으로 안정적인 상태였던 아기가 폐쇄형 기관흡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결국 사망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것이 유족들 시각이다.

이에 대해 1심은 유족들 청구를 기각했지만 2심은 병원 측 일부 과실을 인정해 2억 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이 문제로 본 부분은 기도에 삽관된 앰부백(수동식 인공호흡기) 튜브를 실수로 건드려 빠지게(발관) 했다는 점이다. 2심은 "당초 충분한 깊이의 기도삽관과 그 위치 표시를 잘 유지하지 못했다"며 "또 튜브를 빠지게 하거나 빠진 튜브를 제때 기도에 다시 삽관하지 못해 A양에게 적절한 산소공급을 하지 못한 의료상 과실"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영아의 기도삽관과 폐쇄형 기관흡인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책임비율을 60%로 제한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의료진 과실 여부와 그것이 실제로 사망과 직접적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기관흡인 당시 튜브의 발관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으로 숨진 아기의 산소포화도 저하에 원인이 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폐 상태의 악화 등에 따른 기흉이 원인이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이어 "병원 의료진이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망아의 튜브가 발관되게 했고 망아의 산소포화도가 급격하게 저하됐으며 이후에도 신속하게 튜브를 재삽관하지 못해 망아가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에 있어서 과실과 인과관계 증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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