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쏠림 막을게 아니라 옵션 만들어줘야"
2023.10.29 13:13
수정 : 2023.10.29 13:2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과학이 기술로 발전하고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과학자들이 사회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혁신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이 꿈과 비전을 도전하는데 희망을 줄 수 있는 조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과학기술보다 의대 진학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강요와 우려만 할게 아니라 더 나은 옵션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는 것이다.
MIT 정광훈 교수는 "우리나라가 과학기술계 위기라면서 학생들에게 의대에 가지말라고만 강요할 게 아니라 의대를 가지 않더라도 더 나은 옵션이 있게 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종현학술원이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이 어떤 위기로 작용하는지, 세계 과학계를 선도하는 학자들은 어떤 철학으로 끊임없는 도전을 이어 나가며, 어떻게 과학기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29일 최종현학술원에 따르면, 지난 27일 '스토리텔링과 기술위기 극복'을 주제로 존스홉킨스대 이대열 교수의 진행으로 기술 재난 분야 석학 서울대 홍성욱 교수와 원자 두께 꿈의 신소재를 개발하는 시카고대 박지웅 교수, 3차원 뇌 지도를 그려나가는 MIT 정광훈 교수가 토론했다.
■꿈·비전 실현하려면 산업 필수
MIT 정광훈 교수는 먼저 "과학기술의 한 분야가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꿈과 비전이 현실화 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를 그 예로 들었다. 이 곳에서는 학교와 실험실, 연구기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까지 함께 있으며,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학생과 교수들이 경쟁적으로 창업해 자연스럽게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정 교수는 자신의 연구와 관련해 600개 이상의 뇌질환을 정복하고 극복하려면 첫째로 똑똑하고 열정 많은 젊은이들이 이 분야에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하나의 분야에 유입되기 위해서는 그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단순하게 꿈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비전을 실제로 현실화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폭발적 발전이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테슬라 같은 경우 미국에서 공학을 연구하는 젊은이들이 가장 들어가고 싶어하는 회사다. 지난해 2만 명 뽑는데 320만명이 지원했다. 정 교수는 유능한 인재들이 테슬라에 들어가 기라성 같은 선배들 옆에서 멘토링 받아 경험하고 배워 고속 성장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젊은이들은 여기에서 큰 비전을 쫓아갈 수 있어 새로운 혁신의 생태계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국내에도 이러한 바이오클러스터가 만들어지고 테슬라나 모더나 같은 회사가 생기려면 해당 지역에 관련 산업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교수가 씨앗을 만들어서 묘목을 심는 데서 끝나면 안 되고 학계에서 나온 교수나 학생들이 거목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봤다. 또한 "과학자들의 도전과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선순환이 이뤄지면 사람들의 인식이 '하면 되는구나'로 변하면서 젊은이들이 더 많이 뛰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문제를 과학으로 해결하자
서울대 홍성욱 교수는 논쟁적인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과학자들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해관계 시비를 없애고 일반 국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관련 전문학회의 이름으로 발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성욱 교수는 먼저 사회적인 현상을 과학적 도구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더욱 많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를들어 최근 카오스 이론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카오스 이론이나 네트워크 생태계에 대한 이해나 이런 게 우리가 민주주의를 만든다든지 사회를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킬때 어떤 함의를 가지는지에 대해 연구하기도 한다.
홍 교수는 "사회적 문제가 생겼을 때 과학자들이 참여해 그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토론을 한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들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사적으로도 과학을 이용해 사회를 이해하는 시도는 많았다. 홍 교수는 지금도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같은 시도들이 더 확장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내는 물론 미국의 과학자들 상당수가 논쟁적인 주제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어떤 사안에 목소리를 내는 과학자들을 보면 그 주제에 관여된 사람들이 전문가로 들어와 얘기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국내 과학자 단체들은 어쨌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부처에서 매년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홍 교수는 "아무래도 그 쪽 심기를 건드릴 만한 얘기들을 잘 안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현 상황의 대안으로 어떤 문제가 생기면 관련된 전문 학회가 학회의 이름으로 조사와 연구를 하고, 학회의 이름으로 입장을 발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회 차원의 행동과 목소리가 국민들이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객관성을 유지하고 독립적인 조언을 할 수 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서울대 홍성욱 교수의 '불확실성, 위험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주제 발표로 시작했다. 홍성욱 교수는 과학자가 연구실에서 연구만 할 것이 아니라 사회에 가지고 있는 의무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시카고대 박지웅 교수는 '영향력 있는 과학을 위한 커뮤니케이션과 스토리텔링'을 통해 과학자들도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강연을 이어갔다. MIT 정광훈 교수는 어떻게 하면 연구를 재밌게 할 수 있는지 '과학하는 즐거움'을 주제로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