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옥죄기가 '고금리 해법' 아니다
2023.10.30 18:14
수정 : 2023.10.30 18:14기사원문
지난 1월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윤 대통령은 은행의 공공성을 지적했고, 이후 금융당국은 '은행권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은행들의 이른바 '이자장사'를 막기 위해선 은행 과점체제를 깨야 한다며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결론으로 내세우며 '용두사미'로 마무리됐다.
이번에도 '은행들의 종노릇'을 하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TF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마침 지난 27일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서민들은 고금리로 고통받고 있는데 시중은행 실적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며 횡재세 도입이 거론됐다. 그런데 횡재세를 도입하면 정말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 모든 정책이 다 의도한 결과를 낳진 않는다. 더군다나 시장경제에 반하는 정책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횡재세를 도입하면 오히려 은행들의 추가부담비용이 대출자들에게 전가돼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 은행도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인 이상 어쩔 도리가 없다. 더군다나 은행이 매번 사상 최고 실적을 낸다는 보장도 없다. 이미 지난 8월 국내 은행의 연체율은 3년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최근에도 있었다. 2021년 정부는 금리부담을 줄여준다는 명분으로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내렸지만 그 결과 대부업체마저 문을 닫아 서민들의 돈줄이 아예 막혀버렸다.
최근 이탈리아에서도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은행들의 초과이윤의 40%에 대해 세금을 물리겠다며 횡재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가 부담금 부과로 선회한 바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횡재세 부과로 이탈리아 금융권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이탈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자금조달비용 증가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하는 등 후폭풍이 거셌다.
‘은행들의 종노릇'은 대통령이 서민들의 아픔에 공감하기 위해 인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고금리로 인한 고통이 마치 은행 탓인 것처럼 오도될 수 있다. 세계적 통화이론가 찰스 굿하트 런던정경대 명예교수는 현재의 물가·금리가 30년간 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30년까지는 아니더라도 단기간에 끝날 문제는 아닌 것이 분명해진 만큼 은행 때려잡기가 아닌 고금리·고물가라는 '뉴노멀'에 적응하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한 때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금융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