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챔프' SSG의 인위적 색깔 지우기 … 씁쓸한 뒷맛 남기는 그들의 이별 방식
2023.11.01 10:05
수정 : 2023.11.01 10:0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전상일 기자]SSG가 급작스럽게 세대교체의 버튼을 눌렀다.
작년에는 통합 우승에 기여한 단장을 교체한데 이어, 올해는 감독이 전격 경질되었다. 무엇보다 현역 감독 역대 최고액으로 재계약을 한 감독이 이듬해에 경질된 것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최초의 일이다.
비록, 올해 선두를 달리다가 미끄러져서 준 PO에서 0-3으로 패하기는 했지만, 역대로 이정도의 성적을 내고 경질을 당한 사례 자체가 매우 희소하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무언가 큰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방향성이 달랐다고 했지만, 현장과 프런트간 방향성이 어긋나는 일은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는 일이다. 단지 그 이유만으로 역대 최고 대우인 3년 22억에 재계약한 감독을 1년 만에 그것도 PS가 끝난 직후에 곧바로 경질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 가지 않는 대목이다.
SSG는 작년 시즌 우승 후 류선규 단장이 물러나며 심각한 후폭풍에 직면했다. 지난 2년간 팀을 이끌고 올해 통합 우승에 기여한 류선규 단장이 갑자기 자진 사임하고 김성용 퓨처스(2군) R&D 센터장이 새 단장으로 선임된 과정에서 정용진 SSG 구단주와 친분 있는 '비선 실세'가 구단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SSG 구단이 “일부에서 제기하는 '비선 실세'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그 여파는 남아있다. 그런 상황에서 1년 만에 또 다시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SSG와 김원형 감독의 생각이 달랐던 부분은 세대교체였다. SSG는 김 감독 경질 이후 “신임 사령탑은 변화와 혁신, 세대교체를 이끌 지도자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적으로 인한 계약 해지는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SSG는 전년도 우승팀이다. 당연히 윈나우가 기본이 된다. 2023시즌 개막을 앞두고 KBO가 발표한 외국인 선수와 신인을 제외한 평균 연봉 1위(1억7559만원), 정규시즌 1군 엔트리 등록 기준인 상위 28명의 평균 연봉 1위(3957만원) 모두 SSG였다. 당연한 결과였다.
불혹에 접어든 1982년생 듀오 추신수와 김강민 외에도 최정, 김광현, 노경은, 고효준 등 30대 중후반 선수들이 1군 주축 선수로 뛰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타 김광현과 최정을 보유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기 전에 한유섬, 문승원, 박종훈과 다년 계약을 한 SSG로서는 이해할 수 있는 기용이었다.
하지만 SSG의 라인업은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떨어져갔다. 전반기에 단독선두를 달리던 SSG는 급기야 5위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팬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왔고, 구단 내부도 마찬가지였다. 김원형 감독의 마지막 경기가 된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야수 선발 라인업 9명 중 20대는 유격수 박성한, 단 한 명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많은 야구인들은 그것 자체만으로는 절대 경질의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SK의 색깔을 완전히 빼는 작업으로 보는 관계자들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류선규 단장은 SK와 오랜 간 함께 했던 단장이었고, 김원형 감독도 SK 시절 선임된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과 함께 했던 코치들이 한꺼번에 팀을 떠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말 그대로 구단에서의 인위적인 색깔 지우기 다름 아니다.
프로야구 단장과 감독은 성적으로 말하는 자리다. SSG는 개막 2연전을 시작으로 올 시즌 무려 7번의 만원 관중을 달성했다. 관중 동원 성적도 훌륭했고, 최근 2년간의 성적도 훌륭했다.
하지만 구단은 단지 변화를 추구한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을 밝혔을 뿐이다.
프로야구는 야구 게임이 아니다. 방향이 안맞을 수는 있다. 하지만 리빌딩도 경질도 절차와 명분이 필요하다. 시기도 중요하다. 그냥 사람만 갈아낀다고 잘 돌아가는 것은 결코 아니다.
SSG 구단은 10월 31일 오전에 최종 결정했고, 그날 오후에 곧바로 경질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SSG가 어떤 감독을 원하고 어떤 야구를 원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작년과 올해 팀에서 성과를 낸 인사들과 이별하는 방식은 씁쓸한 뒷 맛을 남기는 것이 사실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