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어민 강제북송' 첫 재판…"동료 죽인 흉악범"vs"헌법상 우리 국민"
2023.11.01 16:26
수정 : 2023.11.01 16:2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문재인 정권 안보라인 고위 인사들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허경곤·김정근·김미경 부장판사)는 1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 4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탈북어민들이 강제 북송된 뒤 현재까지 북한에서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며 "지금 살아 있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엔고문방지협약 가입국이자 실질적 사형 폐지국, 문명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케이블 타이로 손발을 묶어 강제 북송한 것이 정당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탈주민은 헌법상 우리 국민"이라며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으로도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 전 실장은 국민의 생활과 안전을 위한 조치였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정 전 실장은 "이 사건을 '탈북어민 강제북송'이라고 명명한 것 자체를 동의하기 어렵다"며 "북한에서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하다 NLL(북방한계선)을 침범해 우리 해군이 제압해서 나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도 밝혀지겠지만, 이들은 하룻밤 사이에 동료들을 살해한 흉악범"이라며 "당시 정부는 사법 절차에 따른 처분이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하고, 국내에 두면 국민 생활과 안전에 큰 피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송환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도 "정 전 실장과 의견을 같이한다. 북송 결정이 위법하다는 전제하에서 이뤄진 공소 사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기소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충격을 받았다"며 "흉악범들을 국내에 편입시키면 문제가 있지 않겠냐는 의견에 대해 '타당한 것 같다' 정도로 얘기했을 뿐이고, 공소장에도 뭘 어떻게 공모했다는 건지 나와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통일부는 당시 합동조사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탈북 어민들의 수용과 퇴거를 결정하는 것도 통일부 기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전 실장 등은 지난 2019년 북한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내도록 관계 기관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혐의를 받는다. 탈북 어민들이 국내 법령에 따라 재판받을 권리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당시 정부는 이들을 북송하며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귀순에 진정성이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강제 북송' 경위 등을 놓고 다시 논란이 일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 3월 관련자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