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바그너 통해 친이란 헤즈볼라에게 방공망 지원 예정
2023.11.03 10:01
수정 : 2023.11.03 10:1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에 맞서 이란과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게 근접 대공장비를 제공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당 장비가 실제로 전달되면 레바논 국경에서 헤즈볼라의 도발을 진압하는 이스라엘 공군이나 미 공군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이하 현지시간) 익명의 미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헤즈볼라에게 ‘판치르 S-1’ 야전 방공 체계를 전달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전했다.
해당 장비는 기관포와 대공미사일, 레이더가 결합된 근접 대공장비로 사정거리는 약 20km다. 주로 트럭이나 기갑차량에 탑재해 야전에서 사용한다. 현재 시리아나 우크라이나 등 다양한 전장에서 쓰이고 있다.
장비 전달은 러시아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고 바그너그룹이 시리아에서 쓰던 물건을 헤즈볼라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관계자는 바그너그룹의 판치르 S-1에 대해 애초에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군에게 줬던 장비라고 설명했다. 바그너그룹은 지난 6월 반란 사건 이후 대다수의 중장비를 러시아 정부에 반납했지만 지난 8월 수장이었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한 이후 다시 중장비를 지원 받고 있다.
이번 보도에 대해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과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논평을 하지 않았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바그너그룹의 헤즈볼라 방공망 지원 가능성에 대해 공유할 정보가 없다면서 "사실이라면 매우 걱정된다"고 말했다.
WSJ는 방공망 지원으로 러시아와 이란이 서방에 맞서 더욱 밀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자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시아파 정부군을 지지했다. 이란의 지원으로 설립된 헤즈볼라 역시 내전 이후 시리아 정부군의 편에 서서 참전했다. 서방 언론들은 헤즈볼라가 시리아 내전을 통해 정부군의 야포 및 중장비를 입수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 역시 2015년부터 참전하여 시리아 정부군을 도왔다. CNN은 알 아사드가 바그너그룹의 방공망 인도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하마스를 지원하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하는 상황이 러시아에게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미국과 서방이 이스라엘을 지지하면서 이에 맞서는 러시아가 이란 등 이스라엘을 적대하는 국가들과 더 가까워진다고 설명했다. 이미 이란은 우크라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량의 무인기(드론)를 수출하고 있다.
익명의 유럽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가 이스라엘 사태에 개입하려는 모습에 대해 “물을 흐리는 짓”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시나리오는 러시아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2일 의회에서 "우크라 분쟁과 중동 분쟁은 분명히 관련이 있다"며 러시아가 이란에 선진 군사기술을 제공하면서 이스라엘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헤즈볼라는 하마스의 지난달 7일 공격 이후 이스라엘과 포격을 주고 받았지만 레바논과 접한 이스라엘 북부에 제 2전선을 만들지는 않았다.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3일 연설에서 이번 사태를 언급할 전망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