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 공유는 사랑이라더니"…입장 바뀐 넷플릭스 왜?

      2023.11.04 08:02   수정 : 2023.11.04 08:02기사원문
[서울=뉴시스] 넷플릭스는 지난 2017년 3월 공식 트위터(현 엑스)에 "비밀번호 공유는 사랑입니다.(Love is sharing a password)"라는 글을 올렸다. 현재 계정 공유 단속이 시행되면서 '당신은 바뀌었어.(You've changed)' 등의 답글이 달렸다.

(사진=넷플릭스 공식 엑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비밀번호 공유는 사랑입니다." (2017년 3월11일, 넷플릭스 공식 트위터)

6년 전만 해도 계정을 친구들과 함께 쓰라고 장려했던 넷플릭스가 방침을 바꿨다.
이제는 같은 곳에 살지 않는 친구, 지인과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스위트홈 시즌2' 등을 보려면 추가로 돈을 지불해야 한다.

넷플릭스 한국 구독자는 앞으로 집 밖의 누군가와 계정을 공유하려면 유료 기능 '추가 회원권'을 사야 한다. 가격은 개당 월 5000원으로 스탠다드, 프리미엄 멤버십 계정 소유주는 추가 회원을 각각 최대 1개, 2개까지 살 수 있다.

◆구독자 감소에 충격받은 넷플릭스, 이유는 계정 공유였다
[서울=뉴시스] 2일 넷플릭스가 한국에도 계정 공유 유료화에 나섰다. 한집에 살지 않는 사람과 계정을 공유하면 매달 수수료를 내야 한다. 친구들과 매달 월 4250원씩 나눠 부담해 4K 화질로 콘텐츠를 봤던 이용자는 앞으로 매달 9000원을 내야 한다. 사실상 구독료 인상인 셈이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단속은 구독자 감소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 넷플릭스 구독자 수는 전 분기 대비 20만명 줄었다.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넷플릭스는 디즈니플러스(월트디즈니 컴퍼니), 티빙(CJ ENM), 웨이브(SK텔레콤·KBS·MBC·SBS) 등 다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달리 모기업 지원이 없어 구독료가 사실상 유일한 매출원이다. 유료 구독자 수가 줄면 구독료 수입도 줄어드니 지속적인 콘텐츠 투자·제작 재원을 확보할 수 없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실적 발표 당시 다음 분기에도 200만명의 가입자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넷플릭스 매출 감소 예상에 넷플릭스 발표 당일 주가는 35% 급락하며 50조원 상당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대신 넷플릭스는 특단의 조치를 냈다. 이용약관에 어긋나는 계정 공유를 제한하겠다는 것. 넷플릭스는 전 세계 구독자 중 1억명이 친구 등 한집에 살지 않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계정을 공유하고 있다며 이러한 공유 행위가 수익 악화의 이유라고 말했다. 이에 3월부터 칠레, 코스타리카, 페루 등 3개국에 '계정 공유 유료화'를 시범 도입했다.

◆"구독자 수 더 빠진다고?"…계정 공유 단속 결과는 대성공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책임자(CEO)가 2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이야기' 대담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6.22. photo@newsis.com

투자업계, OTT업계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의 이런 선택이 이용자들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거라고 전망했다. 시범 도입했던 3개국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안녕넷플릭스(ChaoNetflix)'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번지면서 오히려 기존 가입자들까지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올해 계정 공유 단속 시행국을 대폭 늘렸다. 지난 2월 뉴질랜드, 스페인, 캐나다, 포르투갈 등 4개국에 시행한 후 5월에는 미국, 영국, 홍콩 등을 포함해 100여개 지역에 단속 조치를 내렸다.

3일 기준 현재까지의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단속 성과는 대성공이다. 업계 예상을 뒤집을 정도로 구독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1분기 175만명에 그쳤던 분기별 구독자 증가 수치는 2분기 589만명, 3분기 876만명로 점차 늘었다. 계정 공유 단속 조치가 신규 구독자 1465만명 증가에 기여한 셈이다. 매번 투자업계 구독자 수 증가치를 상회하면서 3분기 실적 발표 당일에는 넷플릭스 주가가 12% 뛰었다.

◆꾸준한 킬러 콘텐츠, 광고 요금제로 이탈 막았다
[서울=뉴시스] 넷플릭스 드라마 '이두나!'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업계 예상을 뒤집은 넷플릭스 비결은 뭘까. 업계에서는 가입자들을 붙잡을 킬러 콘텐츠를 꾸준히 낸다는 점과 광고 요금제를 꼽았다.

넷플릭스는 올해만 해도 '웬즈데이', '너의 모든 것 시즌4', '블랙 미러 시즌6',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시즌2', '원피스', '베컴' 등이 인기를 끌었고 국내에서도 '더 글로리', '마스크걸', '이두나!' 등 화제작을 선보였다.

일부 이용자 입장에서는 계정 공유 단속에 화가 나도 '그래도 넷플릭스 말고는 볼 게 없지'라는 생각에 '추가 회원' 수수료를 부담하거나 새 계정을 만들어 구독하게 된다.

광고 요금제는 공유 계정 이용자들을 새 구독자로 유인할 수 있는 장치로 작용했다. 기존에도 친구들과 분담해 저렴한 가격으로 넷플릭스를 시청했던 이용자들에게 요금제 선택권을 다양화했다. 영상 화질보다는 가격을 더 중요시하는 공유 계정 이용자 입장에서는 광고 요금제가 더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이러한 영향에 광고 요금제 가입자도 크게 늘었다.

넷플릭스는 지난 1일 최근 전 세계 광고 요금제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약 1500만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성과를 두고 올해 광고 요금제 기능을 확대한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넷플릭스는 올해 광고 요금제 제공 화질을 720p에서 1080p로 올렸고 동시 접속 가능 인원을 1명에서 2명으로 늘렸다. 특히 최근에는 콘텐츠 저장 기능이 추가됐으며 내년 1분기부터는 에피소드 3개를 연달아 보는 경우 4번째 에피소드에는 광고 없이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이처럼 광고 요금제 혜택을 강화하면서 앞으로 계정 무료 공유가 제한될 한국에서도 광고 요금제 가입자 수가 소폭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alpaca@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