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이 만든 전청조…"형량 강화해야"

      2023.11.04 13:35   수정 : 2023.11.04 13: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42)와 결혼을 발표한 뒤 각종 사기 의혹이 불거진 전청조씨(27)가 과거에도 사기죄로 징역을 살았던 사실이 알려지며 관련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기죄 형량이 낮아 범죄 예방 효과가 떨어지고 범죄수익 환수도 쉽지 않은 탓에 재범률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전청조씨가 대표적인 사례로 떠오른 셈이다.

관련 처벌 강화와 함께 사기범의 신상 공개, 정보 비대칭성 완화 등 사기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씨는 2018년 4월부터 2020년 1월까지 피해자 10명으로부터 약 3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2년 8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심 재판에서 2년 3개월로 형량이 줄었다.

전씨는 남자로 행세하며 '친인척이 물 관련 사업을 한다', '카지노 회장의 혼외자다', '해외 취업을 시켜주겠다'고 속여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는 징역형을 살고 나온 뒤에도 각종 사기를 벌인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8월 앱 개발 투자 명목으로 피해자 1명으로부터 2000만원을 가로챈 혐의, 전씨가 자신을 모 호텔 상속자라고 주장하며 동업을 목적으로 토스 및 핀다 등을 통해 대출을 진행하고 돈을 달라고 한 혐의 등이 있다. '미국에 정보기술(IT) 기업을 상장할 예정이니 투자하라'는 전씨 말을 듣고 약 9000만원을 건넸으나 돌려받지 못했다는 고소장도 접수돼 있다.

관련 사건을 병합해 수사 중인 서울 송파경찰서가 지금까지 확인한 피해자는 15명, 피해 규모는 19억원에 달한다. 전씨 측은 경찰이 파악한 범죄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있다. 수사를 통해 피해 규모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전씨의 이같은 행적을 두고 사기죄 형량이 너무 낮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러차례 사기 행각으로 처벌을 받은 전씨가 이후 오히려 사기 규모를 키우는 등 더욱 대담한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요인으로 미흡한 처벌이 지목되는 것이다.

일반 사기의 경우 높은 형량을 선고받는 사례는 많지 않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사기 피해 금액에 따라 1억원 미만은 기본 6개월에서 1년 6개월, 1억~5억원 미만은 1~4년이다. 사기피해액이 300억원 이상이면 기본 6~10년이 적용된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피해액이 50억원 이상이면 5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이 가능하지만 피해액이 상대적으로 적으면 낮은 형량을 받는 게 현실이다.

반면 범죄수익 환수율은 매우 낮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 6월까지 사기 범죄 피해액은 121조원에 이르지만 회수된 금액은 약 6조5000억원에 그쳤다. 전체 피해액의 5.3%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처럼 범죄자들이 사기를 저지르고도 범죄수익을 돌려주는 비율은 극도로 낮은 반면 그에 따른 처벌은 상대적으로 적어 재범률은 높은 상황이다.

통계청 '재범자 재범 종류 및 기간'을 보면 지난해 사기범 중 전과를 가진 사람은 7만2550명이고, 이 중 전과가 사기범인 사람은 3만3063명으로 45%에 달한다. 이들 중 1년 이내에 다시 사기를 저지른 사람은 1만1124명으로 34%를 차지했다.

사기 범죄의 동종 재범은 그 주기도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이내 재범한 사람이 1만1124명으로 가장 많았다.
1개월(3435명)과 3개월(2908명), 6개월(2782명) 이내 재범한 사람도 각 3000명 안팎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사기죄 형량에 대한 검토와 함께 사기범죄를 막기 위한 다양한 예방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대근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기죄 형량이 낮다는 지적이 공감을 얻고 있어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라며 "확정판결을 받기 전에 사기 피해 구제를 위한 환수, 몰수 등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상습 사기범 신상공개, 정보 비대칭성 완화, 기업의 회계 투명성 강화 등의 다각적인 조치가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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