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개편’ 신중 기하는 정부, ‘주 69시간 논란’ 보완할 카드는?

      2023.11.05 18:07   수정 : 2023.11.05 18:07기사원문
'주 69시간' 논란으로 멈춰선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지난 3월 개편안 발표 당시의 논란을 재연하지 않기 위해 정부가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이번 제도 개편 방향의 핵심은 정부가 현행 주52시간제의 틀은 유지하되 업종·기업별로 연장근로를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느냐다.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3일 근로시간 개편 관련 설문조사 결과와 개편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이번주 8일 발표할 것으로 공지했지만 최종 검토를 이유로 연기했다.


이번에 발표되는 근로시간 개편 방향은 고용부가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올해 3월 발표했던 개편안을 보완한 것이다.

당시 정부는 주 최대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연장 근로 단위를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운영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주 최대 근무 가능시간은 하루 11.5시간씩 6일, 총 69시간으로 늘어난다. 일이 많을 때 몰아서 일하고 적을 땐 제주도 한달 살기 등 푹 쉬면서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공짜 노동 관행도 없앤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양대 노총은 물론 이른바 'MZ 세대' 노조까지 '과로사 조장법'이라며 반발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보완 검토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6∼9월 국민 60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집단심층면접을 진행했다. 고용부는 애초 9월 정기국회 중 근로시간 개편 재입법안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설문조사 결과 분석과정이 길어지면서 법안 제출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후 설문 결과 발표는 11월까지 미뤄졌고 8일로 공지됐던 발표 날짜도 13일로 연기됐다.

정부는 이번에 발표되는 것이 개편안이 아닌 '보완 방향'이라며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법 개정안까지 상당히 구체적으로 제시한 3월 발표 때와 달리 방향성만 제시할 가능성이 읽히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이 개편안 보완을 지시하면서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보호 차원에서 무리"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어 보완 개편안에서 주 최대 근무시간이 60시간을 넘길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이 여전히 주요국 대비 길고 더 적은 근무시간과 더 자유로운 휴가 사용 등에 대한 직장인들의 열망이 큰 만큼, 정부가 이와 다른 방향의 개편안을 제시하면 3월처럼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정부가 현행 주52시간제의 틀은 유지하되 장기간 근무를 원하는 업종·기업별로 연장근로를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설문은 업종별 대상을 안배해 이뤄져 현행 제도에 대한 인식이나 개편 방향에 대한 입장을 업종별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종별로 선호하는 근로시간 제도가 다르면 정부가 제시할 수 있는 카드다. 이번 보완 방향의 관건은 역시 사회적 합의다.
경영계는 주 52시간제 유연화를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다수의 근로자는 장시간 노동으로의 역행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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