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IB 불법공매도 '브레이크'… MSCI 편입엔 악영향

      2023.11.05 17:30   수정 : 2023.11.05 19:36기사원문
1400만 개미들에게 눈엣가시 같았던 공매도가 2년 반 만에 다시 전면 금지된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의 불법 공매도에 따른 여론 악화가 정부를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본시장 선진국'의 필요조건으로 여겨지던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면서 우려도 커졌다.



■불법 공매도가 '전면 금지 카드' 불러

5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이번 '공매도 전면 금지'는 외국계 IB의 불법 공매도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BNP파리바 등의 수백억원대 불법 공매도 사실을 적발한 바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외국인·기관투자자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적발이 반복되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고, 시장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공매도에 대한 시장 실시간 모니터링과 불법 적발 시 해당 회사에 대한 즉각적인 제재를 요구했고, 대책 발표시점까지 공매도 자체를 중단시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권성동 의원(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은 "불법 공매도가 실제 확인됐고 금융시장의 신뢰성이 상실되고 있다"며 "개미투자자의 불안을 경감시킬 수 있는 책임있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공매도 전면 금지'는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꾸준히 요구돼왔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서는 '공매도 제도 개선' 요구가 5만명 이상의 동의로 정무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다. 특히 '국민주'로 떠오른 이차전지주가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들끓는 상황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공매도 금지가 필요한 시기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지난 수십년간 국민이 공매도로 인해 천문학적 피해를 봤고, 그게 부작용으로 나타난 것"이라면서 "자국민 보호 관점에서 보면 금지가 맞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불법 공매도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과징금과 형사처벌 등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정 처벌할 것"이라며 "글로벌 IB들의 무차입 공매도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자체 시스템 개선을 유도하겠다. 공매도 주문을 수탁하는 국내 증권사에 대해서도 법규 준수 및 운영상의 문제점이 없는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코리아디스카운트 될 수도"

다만 공매도가 금지되는 동안 공매도의 순기능이 발현되지 못할 거라는 우려도 크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전망하는 투자방법으로, 무턱대고 주가를 올리는 시세조종을 막는 순기능도 있다. 올해 4월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당시 라덕연 일당이 주가조작을 한 종목 대부분이 공매도가 금지된 종목이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공매도가 일부 허용됐던 종목에 대해서는 주가를 띄우는 인위적 행위가 일어나기가 매우 어렵다"며 "공매도가 전면 허용이 됐으면 주가조작 등이 많이 억제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순기능 때문에 선진국 증시에서는 공매도가 허용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 부분적으로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는 것과 관련,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선진국지수 편입 요건으로 공매도 전면 재개를 요구해왔다.


이번 공매도 전면 금지가 금융당국이 추진해온 'MSCI 선진지수' 편입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명확한 근거도 없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면 글로벌 투자자들에겐 '신뢰할 수 없는 시장'으로 보일 수 있다"며 "특히 선거를 앞두고 공매도 이슈가 정치적 이슈로 변질될 수 있다.
새로운 유형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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