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 집 자식인지 진짜 잘 컸다" 무인매장서 물 마시고 '인사' 꾸벅한 학생들

[파이낸셜뉴스] 한 무리의 학생들이 무인 매장에 들어와 물을 마신 뒤 폐쇄회로(CC)TV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최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이 아이들의 부모님 존경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A씨는 “무인 카페를 하는데 정말 다양한 손님들을 본다.

상처도 받고 기운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오늘은 비가 와서 손님도 별로 없고 아까부터 놓여 있는 우산이 신경 쓰여서 CCTV 보는데 세상에, 지나가던 아이 두 명이 카페에서 물을 마시고 나가면서 저렇게 인사를 하더라”며 CCTV 화면을 공유했다.

CCTV 속 회색 옷을 입은 남학생은 문을 잡은 채 고개를 숙이자 뒤이어 검은색 옷을 입은 남자아이도 두 손을 모으고 허리 숙여 인사했다. 검은색 옷 남자아이는 가게를 나가기 전에 문 앞에서 거듭 ‘꾸벅’ 인사한다.

A씨는 “아이들이 물 마시고 나가면서 카메라를 찾더니 저렇게 손을 모으고 인사했다. 나가면서 인사를 또 했다”며 “얼마나 흐뭇한지. ‘뉘 집 자식인지 진짜 잘 컸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했다.

A씨는 “무인 카페 3년 차인데 이렇게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사실 물, 물티슈, 빨대 이런 건 아무렇지 않게 가져간다.

주인이 청소한다고 있어도 그냥 들어와서 물티슈 뽑아서 신발 닦는다”며 “그래서 요즘 애들한테 편견이 심했다. 근데 이걸 보고 내 편협한 사고에 반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장사는 망했는데 이 아이들 덕분에 기분이 너무 좋다”며 “아이들아, 너희들의 모든 인생에 최고의 행운이 함께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mail]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