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없어서 못 만들던 자동차 업계, 남아 도는 반도체 고민
2023.11.08 13:25
수정 : 2023.11.08 13:2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당시 반도체가 모자라 제품을 만들지 못했던 자동차 기업들이 이제는 쌓여가는 반도체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고민 중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전기차 판매가 예상을 밑돌면서 반도체 재고가 급증했다고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매출이 떨어지는 가운데 그나마 자동차 기업들이 반도체를 사 주고 있다면서 그러나 자동차 기업들의 반도체 사재기가 곧 끝난다고 예측했다.
1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지난 9월 및 올해 3·4분기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4.5% 줄었다. 이와 관련해 WSJ는 개인용 컴퓨터와 스마트폰, 및 기타 전자제품 수요 감소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수요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팬데믹으로 각종 전자기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덩달아 증가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가 가장 급한 산업은 자동차였다.
자동차에는 1대당 약 100개의 반도체가 필요하지만 대부분 수익성이 낮은 반도체들이다. 반도체 제조사들은 자동차 반도체보다 수익성이 높은 최첨단 반도체에 생산에 집중했고 도요타와 포드, 혼다 등 일부 제조사들은 반도체가 모자라 부분적으로 공장을 멈췄다.
이러다보니 자동차업체들은 반도체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SI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용 컴퓨터와 각종 소비자 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 매출은 8% 감소했지만 자동차용 반도체 매출은 16% 증가했다.
WSJ는 한때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 차질을 겪었던 자동차 업체들이 꾸준히 반도체를 쌓아두고 있지만 이러한 추세도 곧 끝난다고 분석했다. 특히 반도체가 추가로 들어가는 전기차 판매가 예상보다 저조하면서 자동차 기업의 창고에 반도체가 남아도는 상황이다.
WSJ는 7일 미 자동차 정보업체 에드먼즈를 인용해 지난 9월 미국 자동차 소매점에서 전기차 1대를 파는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2개월 이상이었다고 전했다. 이는 내연기관 자동차(1개월)나 하이브리드 자동차(3주일)보다 훨씬 긴 시간이다.
자동차 기업의 반도체 수요 감소는 이미 반도체 기업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자동차 반도체 기업인 NXP는 지난 6일 실적발표에서 올해 3·4분기 매출 증가율이 5% 미만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3년간 가장 저조한 증가율이다. NXP의 4·4분기 매출 역시 한 자릿수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WSJ는 자동차 반도체 업계의 매출이 지난해 25% 뛰었지만 올해는 9% 성장에 머문다고 예측했다.
NXP의 커트 시버스 최고경영자(CEO)는 7일 발표에서 자동차 업계의 재고 누적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급량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동차 업계가 내년 하반기에나 반도체 재고를 소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