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외국인·기관 공매도 상환기간 90일 제한' 검토..한국형 공매도 규제 손본다
2023.11.08 18:05
수정 : 2023.11.08 18:0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부·여당이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시킨 가운데 후속조치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공매도 상환기간을 개인투자자와 같이 90일로 한정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8일 알려졌다. 그동안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상환기간 등 국내 공매도 시장의 경우 자금력과 정보력을 갖춘 기관 등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제도개선을 요구해왔다. 당정은 다만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파 등을 감안해 무작정 서두르기보다는, 향후 시장 추이를 봐가면서 '한국형 공매도 규제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과 정부가 공매도를 내년 6월말까지 8개월 간 금지시키는 동안 공매도를 허용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선 ‘한국형 공매도 규제’를 손질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시급히 개선할 부분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상환기간을 개인투자자와 마찬가지로 90일로 제한하는 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상환기간은 90일로 제한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1년이다. 게다가 상호 협의를 통해 언제든 상환기간 연장이 가능해 사실상 무기한 혜택을 누리고 있어 그동안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시행 가능한 (공매도) 개선안들은 어느정도 만들어져 있다"고 한뒤 "(제도개선) 주안점은 기관·외국인과 개인의 조건을 비슷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개인은 빌려다 팔고 되돌려줄 때까지 세 달밖에 기간을 주지 않는데, 기관·외국인은 사실상 무제한이다. 외국인들도 우리나라에선 세 달만 빌리고 갚으라 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상환기간을 외국인, 기관, 일반투자자 모두 90일로 통일하는 방안을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주식시장 변화를 지켜봐야 해서 밝힐 순 없지만 제도개선 아이디어들은 이미 축적돼 있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다는 방향이 제도개선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정부·여당은 개인과 기관·외국인 간의 공매도 담보비율(개인 120%, 기관·외국인 105%)차이를 줄이는 안을 비롯해 주식을 아예 빌리지 않고 파는 불법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및 제재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당정은 다만 제도개선을 서두르기보다는, 앞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공매도 제도개선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당정은 또 이 같은 한국형 공매도 규제의 명분과 당위성을 외국자본에 적극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자유시장주의에 따라 공매도를 전면 개방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서 개인투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은 한국 증시의 특성을 감안한 규제 도입 필요성을 이해시키겠다는 것이다. 급격한 상환기간 제한 시 외국인 자본이 일시에 빠져나가는 충격파를 최소화하고, 불법 공매도 폐해의 심각성과 제도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명해 제도개선의 후유증을 줄이겠다는 취지에서다.
다른 여권 핵심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이 유권자들이고 국민들이다. 어떻게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있겠나”라며 “외국인 투자자와 다른 나라들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어긋난다고 지적하더라도 우리는 개인 직접투자가 많은 시장이라 다르게 정책을 펼 수 밖에 없다. 공매도 금지기간 동안 그런 규제와 논리를 만들어 외국인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거의 기관끼리 게임을 하는 외국 증시와 달리 우리는 개인투자자들이 많다는 특수성이 있다”고 동조했다.
특히 최근 외국계 IB(투자은행)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 전모가 드러나면서 한국증시 불신과 공매도 제도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진 상황에 주목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