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족? 이젠 남아돌아 걱정" 車기업, 재고 급증
2023.11.08 18:38
수정 : 2023.11.08 18:38기사원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매출이 떨어지는 가운데 그나마 자동차 기업들이 반도체를 사 주고 있다면서 그러나 자동차 기업들의 반도체 사재기가 곧 끝난다고 예측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지난 9월 및 올해 3·4분기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4.5% 줄었다. 이와 관련해 WSJ는 개인용 컴퓨터와 스마트폰, 및 기타 전자제품 수요 감소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수요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팬데믹으로 각종 전자기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덩달아 증가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가 가장 급한 산업은 자동차였다.
자동차에는 1대당 약 100개의 반도체가 필요하지만 대부분 수익성이 낮은 반도체들이다. 반도체 제조사들은 자동차 반도체보다 수익성이 높은 최첨단 반도체에 생산에 집중했고 도요타와 포드, 혼다 등 일부 제조사들은 반도체가 모자라 부분적으로 공장을 멈췄다.
이러다보니 자동차업체들은 반도체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SI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용 컴퓨터와 각종 소비자 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 매출은 8% 감소했지만 자동차용 반도체 매출은 16% 증가했다.
WSJ는 한때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 차질을 겪었던 자동차 업체들이 꾸준히 반도체를 쌓아두고 있지만 이러한 추세도 곧 끝난다고 분석했다. 특히 반도체가 추가로 들어가는 전기차 판매가 예상보다 저조하면서 자동차 기업의 창고에 반도체가 남아도는 상황이다.
WSJ는 7일 미 자동차 정보업체 에드먼즈를 인용해 지난 9월 미국 자동차 소매점에서 전기차 1대를 파는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2개월 이상이었다고 전했다. 이는 내연기관 자동차(1개월)나 하이브리드 자동차(3주일)보다 훨씬 긴 시간이다.
자동차 기업의 반도체 수요 감소는 이미 반도체 기업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자동차 반도체 기업인 NXP는 지난 6일 실적발표에서 올해 3·4분기 매출 증가율이 5% 미만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3년간 가장 저조한 증가율이다. NXP의 4·4분기 매출 역시 한 자릿수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WSJ는 자동차 반도체 업계의 매출이 지난해 25% 뛰었지만 올해는 9% 성장에 머문다고 예측했다.
NXP의 커트 시버스 최고경영자(CEO)는 7일 발표에서 자동차 업계의 재고 누적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급량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동차 업계가 내년 하반기에나 반도체 재고를 소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