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기로' 순천만박람회 녹지..아스팔트로 바뀌나
2023.11.12 14:22
수정 : 2023.11.12 14:2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순천=황태종 기자】당초 목표 보다 180여만명이나 많은 980여만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 개최한 순천시가 박람회 핵심 콘텐츠인 그린아일랜드 사후 처리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12일 순천시와 박람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그린아일랜드는 총사업비 28억원을 들여 박람회장 건너편 동천강변의 길이 1030m, 폭 20m 왕복 4차선 도로 위에 70㎝ 높이의 흙을 쌓아 2만600㎡에 양잔디를 심어 조성한 잔디정원으로, 순천시는 박람회 후 인근 주민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 도로 원상복구를 약속했었다.
하지만 노관규 순천시장이 지난 2일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폐막 언론인 브리핑에서 "전체적인 의견으로 볼때 10명 중 8명은 존치하자는데 찬성이다.
시의회도 행정의 신뢰 확보를 위해 원상복구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 관광 명소를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첫 4차선 아스팔트 도로 위 잔디정원...박람회 인기 콘텐츠
그린아일랜드는 박람회 조직위원회가 시설 사후 관리 용역회사를 통해 실시한 방문객 만족도 조사에서 국내 최초로 홍수 대비 재해시설인 저류지를 푸른 정원으로 바꿔낸 오천그린광장과 함께 높은 점수를 차지하며 박람회 기간 최대 인기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더욱이 대한민국 생태수도를 자부하는 순천시에선 아스팔트와 자동차로 덮인 회색도시에서 맑고 밝은 녹색도시로 전환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여겨졌다.
노 시장은 그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미 선진국에서는 사람이 중심이 된 도시 구조로 바꿔나가고 있다"면서 "국내 최초 4차선 아스팔트 도로 위에 사계절 잔디를 깔아 정원으로 만든 것과 같이 사람이 중심이 된 대자보(대중교통, 자전거, 보도) 도시 조성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최근 언론인 브리핑에선 "오천그린광장과 그린아일랜드 등 도심정원과 인접한 서문권역은 공공성을 강화해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동문권역은 애니메이션 산업과 연계한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고, 품격 있는 화훼 연출로 수익성과 희소성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접 마을 주민들 "조상 대대로 이용한 도로 폐쇄 반대"
그린아일랜드와 인접한 오림, 오산, 홍두 3개 마을 주민은 노 시장이 주민들과 사전 협의 없이 그린아일랜드 존치 의향을 밝힌 것에 불쾌해 하며 시에서 당초 약속대로 기존 왕복 4차선 도로를 원상복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3개 마을에는 150가구 가량 거주하고 있는데, 어르신들이 순천역 인근에 일을 보러 가거나 청년들이 율촌산단으로 출퇴근하는 등 많은 주민들이 도로를 이용해 왔다. 실제 순천시가 그린아일랜드 조성을 앞두고 조사한 결과 이 도로의 1시간당 통행량은 1300~1500대에 달했다.
오산 마을의 한 주민은 "순천시가 지난해 9월 공문을 통해 '강변로 녹지조성사업은 정원박람회 주 행사장으로 행사기간 동안 임시 사용할 예정이며, 박람회 행사 후에는 차량이 원활히 통행할 수 있도록 복구할 계획'이라고 밝혀 마을 주민들이 박람회 기간 내내 교통 불편을 감내했다"라고 강조했다.
또 "조상 대대로 수백 년 동안 이용해왔던 도로가 영영 없어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면서 "시에서 원상복구 약속을 지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순천시 "다수 여론과 교통 영향 등을 고려할 것"
순천시는 무엇보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맞아 앞으로의 도시는 도로, 아파트, 공장 등 회색빛 도시보다는 시민들의 건강과 삶의 가치를 높이는 녹색도시로의 변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그린아일랜드는 순천만과 국가정원을 기반으로 정원을 도심까지 확장해가는 핵심축으로, 국가정원과 오천그린광장, 동천을 단절 없이 하나로 연결하는 공간적 기능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마디로 시민들의 치유와 소통의 공간이며, 삶의 눈높이를 높이는 공간으로 그 의미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그린아일랜드 인근 주민과의 협의를 전제로 향후 시민 다수 여론과 교통 영향 등을 고려하고 또 의회와도 상의해서 종합적으로 검토해 차후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