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호랑이' 샘 라이더 "주경기장 리모델링 도와주고 싶어요"
2023.11.09 19:46
수정 : 2023.11.09 19:46기사원문
9일 서울 용산구 호텔에서 만난 라이더는 '좋은 사람이 좋은 뮤지션'이라는 명제를 새삼 환기시켰다.
'천둥 호랑이'가 너무 멋진 별명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은 그는 웅장하면서도 날카로운, 범상치 않은 노래 실력만큼이나 유머 감각도 뛰어났다. 그런 라이더의 진가는 국내 시어터형 뮤직 페스티벌 '러브 인 서울 2023'의 하나로 10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첫 단독 내한공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내한공연이 처음이라는 사실에 놀랐어요. 국내 팬이 많아 이미 여러 번 내한한 것 같아요.
"맞아요. 이번이 처음인데 마지막이 아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하. 이번에 한국에 빠지게 됐고,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 매력을 갖고 있지만 많은 분들이 당신의 절창(絕唱)에 놀라고 있어요. 포효하듯 거칠면서도 섬세하고 서정적이죠. 그런데도 기교 과시가 아닌 감정선을 표현하기 위한 가창으로 들려 더 좋아요.
"너무 감사한데, 제가 기교가 뛰어나다는 말을 들으니까 스스로가 좀 사기꾼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제 (한국) 노래방에서 제 노래를 불러봤는데 82점밖에 안 나왔어요. 최선을 다했는데 그 점수밖에 안 나왔으니 제가 노래를 잘한다는 건 너무 큰 칭찬이 아닌가 싶네요. 하하. 사실 노래는 기본적으로 감정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또 기타를 치든 드럼을 연주하든 공연을 하는 모든 아티스트들은 기교를 부리기 전에 감정이 기본이 돼야 해요. 그런 점이 사람들이 공연을 보러 가고 음악을 듣는 이유죠. 관객이 '정말 기교가 뛰어나네'라는 생각을 갖고 박수만 치게 만드는 게 아니라 그들이 의자에 바짝 붙어 앉거나, 몸을 일으킬 정도로 감정이 전달돼야 하죠. 그런 감정 전달은 오랜 연습을 통해 이뤄진다고 생각해요."
-영국 헤비메탈 밴드 '아이언 메이든', 미국 록밴드 '저니', 미국 가수 셰어의 노래를 듣고 자란 걸로 압니다. 또 한 영상을 보니까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스트레이 키즈(스키즈) 같은 인기 K팝 그룹뿐 아니라 '멜로망스' 김민석, 가수 차다빈까지 한국의 다양한 가수들을 알고 계시더라고요. 음악을 섭렵하는 스펙트럼이 진짜 넓은 거 같아요.
"사람들이 많이 듣는다고 해서 과연 '진짜 최고의 음악일까'라는 생각을 종종 해요. 또 매체가 특정 음악들을 대중에게 억지로 먹인다는 생각도 가끔 해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조명이 덜 됐더라도 멋지고 뛰어난 음악들이 많거든요. 어떻게 보면 그런 노래들이 음악적으로 더 순수하게 대중과 만날 수 있죠. 한 때 저도 알려지지 않은 음악가였고요. 요즘 음반 업계는, 영국식 표현으로 말하자면 주방에 요리사가 너무 많은 격이에요. 그러다 보니 음악의 순수함이나 본질을 잃게 되는 경우도 많죠.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음악들 중에 뛰어난 게 많아요. 계속 실험적인 도전이 계속돼야 하고 존중해야죠."
-아버지가 목수이고 그래서 어릴 때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건설 현장에 함께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웸블리에서 직접 공연을 하면 감회가 남다를 거 같아요. 혹시 가장 공연하고 싶은 장소가 있나요?
"제가 방해가 되기는 하지만 아버지가 일을 하러 가실 때 따라가 도와드렸어요. 그런데 웸블리 스타디움이 지어지는 데 저희가 기여한 건 쌀 한톨도 안 될 겁니다. 저희는 바닥 공사를 하는 일을 도왔는데 만약 울퉁불퉁한 데가 있다면 그건 제가 한 것일 거예요. 실제로 웜블리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어요. 퀸의 프레디 머큐리, 조지 마이클 추모 무대 때 짧게 섰죠. 제 단독 무대는 아니었지만 큰 영광이었고 언제가 그곳에서 단독 공연을 하기를 바라요. 한국 공연장 중에선 어디가 제일 크죠?"
-올림픽주경기장인데 그곳은 리모델링 중이에요. 다른 곳으로는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있습니다.
"아 서울월드컵경기장 들어봤어요. 올림픽주경기장이 리모델링 중이라면 (웸블리 스타디움 공사에 참여했던 경험을 살려) 도와주고 싶네요. 하하. 전 세계에서 가장 공연하고 싶은 곳은 미국 콜로라도에 있는 레드록스야외원형극장(Red Rocks Amphitheatre)입니다."
-진짜 유머가 넘치고 밝은 분입니다. 비건이라고 얘기를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당신 자체에 독(毒)이 없는 느낌입니다. 하하. 비건 생활이 그런 성격에 영향을 미치나요?
"제가 룰렛에서 지고 있을 때 모습을 보셨더라면 지금처럼 말은 하지 않으셨을 거예요. 그 때 굉장히 부정적인 에너지가 많이 뿜어져 나왔거든요. 하하. 다 잃었지만 너무 재밌었어요. 적은 돈을 건 게임에서 이겨 막 환호성을 지르고 난리를 쳤는데, 주변 사람들이 '큰 게 터졌나 보다'고 착각을 하기도 했죠. 그 때 딴 돈은 5000원이었어요."
-짧지만 당신과 이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여유를 가진 좋은 사람이 좋은 뮤지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단순한 답인 것 같지만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좋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이 중요해요. 아이언 메이든의 매니저인 로드 스몰우드(Rod Smallwood)가 한 유명한 말이 있어요. 누군가 그에게 '음악 업계에 있는 게 어떠냐'고 물었더니 그는 '난 음악업계에 있는 게 아니라 '아이언 메이든 업계에 있는 것'이라고 답했죠. 그러니까 누군가 유명해지고 나서 함께 하는 게 아니라 그 전부터 음악 자체에 포커스를 두고 뮤지션과 함께 할 수 있는 '진실한 사람'이 중요하다는 거죠. 저 역시 진실한 사람들한테 둘러싸여 있어 제가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명세 때문에 달라 붙는 이들을 주의하지 않으면 나쁜 영향을 받을 수가 있어요. 만약 이 인터뷰를 읽게 되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자신의 주변에 진실하고 좋은 사람들을 둬라'라고 얘기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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