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야구 경험 장착' 레전드 정민태 코치가 바라본 삼성 투수진의 문제점은?
2023.11.12 14:40
수정 : 2023.11.12 15:3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전상일 기자]레전드 정민태 코치가 현장으로 돌아왔다.
정민태 코치는 말이 필요없는 한국야구의 역대급 레전드다.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3회(1998, 1999, 2003) 수상, 한국시리즈 MVP 2회(1998, 2003) 수상, 다승왕(1999, 2000, 2003) 3회를 기록했다.
단순히 그냥 현장으로 복귀한 것이 아니다. 더 풍부한 경험을 갖고 사자 군단 부활 임무를 맡게 되었다. 그는 최근 3년 동안 아마야구와 해설을 통해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경험했다. 그것이 그의 코칭 경험에 더욱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삼성의 코치 인선이 발표된 날 정 코치는 “정신이 없다. 곧바로 삼성에 합류를 해야할 것 같다”라며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정 코치가 해설을 하면서 바라본 삼성 투수진의 문제점은 무엇이었을까. “일단 정말 투수가 없구나 싶었다. 선발도 문제지만 중간에 문제가 많이 보였다. 중간에서 던지는 투수들이 구종이 너무 단조로운 것이 눈에 보여서 그런 부분을 보완해야하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아마에 몸담았던 2년의 시간이 매우 소중하다고 말한다. 사실, 정민태급의 코치가 아마야구를 경험하는 일 자체가 드물다.
정 코치는 잠시 쉬고 싶다며 한화를 나와 컨벤션고에서 아마 투수들을 지도하며 새로운 야구에 눈을 뜨게 되었다.
아마와 프로는 많이 다르다. 기량이 매우 부족한 선수들이 많다. 알기 쉽게 설명해줘야하고 기본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대화가 특히 중요하다. 그곳에서 정 코치는 기량이 부족한 선수들을 지도하는 법을 익혔고, 선수들의 기본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신진급 유망주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정 코치는 “프로하고는 많이 다르다. 아마, 그런 경험 때문에 삼성에서 나를 부르는 것 같다. 삼성은 지금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 선수들과 대화를 하면서 깨닫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관심있게 바라보는 선수는 누구일까. “두 명의 이승현, 김태훈, 이호성 등이 내가 관심있게 지켜보는 선수들이다. 반대급부로 내가 발전시켜야 하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구종이 단조로운 선수들이 많았고, 밸런스가 들쑥날쑥 하다보니까 제구력의 기복이 보였다”라고 강조했다.
1군 투수코치는 육성을 하는 자리는 아니다. 쓸 수 있는 선수들을 골라내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정 코치 또한 그런 부분에 고민이 있었다.
“이종열 단장님도 강팀이 될 수 있게 만든다고 이야기 했다. 나 역시도 젊은 선수들 위주로 운용할 생각을 갖고 있다. 나는 1군 투수코치다. 1군은 육성하는 자리가 아니다. 증명을 해야한다.1군에서 쓸 수 있는 선수를 골라내고 만들어 내야한다. 실전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변화구들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위기 상황을 잘 넘어갈 수 있는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할 것이다. 젊은 선수들이 많다보니까 위기 상황이 되고 이러면 상당히 버거워하고 어려워하는 부분들이 많더라. 그런 부분에 충격을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사실 백지상태에서 봐야할 것 같다.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발굴해나가면서 하나하나 맞춰나가야지 당장 내년에 결과를 내겠다라는 조급한 마음을 갖고 있지는 않다”라고 첨언하기도 했다.
선수들의 구속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정 코치는 아마 선수들이 프로에서 구속이 줄어드는 이유에 대해 보다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일단 아마야구에서 투수들의 공던지는 개수가 너무 적다. 보통 한번 훈련할 때 20~30개 피칭하고 보강하면 하루 훈련이 끝이다. 이런 식이면 프로에 들어와서 몇 경기만 던지면 구속이 급감하는 것이 당연하다. 몸이 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인선수들이 처음에는 스피드를 과시하다가 게임에 내보내면 스피드가 전부 떨어진다. 10km까지 떨어진 선수도 있었다. 어떤 선수는 스피드가 안나온다며 울먹이기도 하더라. 하지만 프로의 몸이 되고 운동량이 되면 구속은 자연스럽게 올라온다. 다만, 구속이 올라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밸런스·변화구·멘탈 등의 성장이 더 중요하다. 그것이 되어야 구속이 올라오면서 진짜 프로 선수가 된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정 코치는 ”나를 현장으로 다시 불러준 단장님·구단·박진만 감독님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는 선수 생활 할 때 삼성을 최강팀으로 기억한다. 초일류 기업 아닌가. 정말 막강한 투수진을 보유했던 그런 이미지가 있다. 그래서 더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경험치를 쏟아붇겠다. 부족한 부분을 하나하나 채워나가면서 하루 빨리 좋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