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만 보고 '횡재세' 내라고?"..올해 정유사업, 이익률 '2.8%’..포퓰리즘 전형
2023.11.14 14:47
수정 : 2023.11.14 14:4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횡재세(초과이윤세)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국내 정유4사의 정유 부문 누적 영업이익률이 3%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 실적에 근거한 정치권의 섣부른 세금 부과 결정이 산업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정유사업 누적 영업이익률 2.8%
14일 대한석유협회를 통해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유4사의 올해 3·4분기까지 정유부문 누적 영업이익률은 2.8%로 확인됐다.
최근 15년간 수익성은 더 낮은 수준이다. 지난 2007년부터 올해 3·4분기까지 정유사들의 정유부문 연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1.8%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 기간(2007~2022년) 국내 전통 제조업이 기록한 영업이익률은 평균 6.5%로 정유사들의 3배가 넘는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연도별로 봤을 때 대외 환경 변화 등으로 일시적인 영업이익률 상승을 기록한 적도 있지만, 길게 보면 (영업이익률은) 평균에 가깝다”고 했다. 실제로 저유가에도 높은 제품 수요로 역대급 호황을 누린 지난 2016년 정유4사 정유부문 연간 영업이익률은 6.6%를 기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기간이었던 2020년에는 -9% 이익률의 대규모 적자를 냈다.
단기 영업이익을 근거로 횡재세 부과를 법제화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업계가 반발하는 이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유가 상승과 고금리 때문에 정유사와 은행들이 사상 최고 수익을 거두고 있다"며 "정유사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무려 87.3% (상승했다)”고 횡재세 도입을 주장했다.
'숲 못보고 나무만 보는' 포퓰리즘
횡재세 부과시 정유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산업 경쟁력 약화’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회사별로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 정유사들은 사업구조 특성상 매출의 90% 이상을 원재료 매입에 사용한다”며 “나머지를 가지고 시설 투자, 인력 확보 등을 하는 것인데 여기에 세금을 부과한다면 부담이 너무 크다”고 했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친환경 전환까지 추가돼 투자해야 하는 금액이 더욱 늘었다”며 “횡재세 부과는 결국 '닭의 배를 가르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정유사들의 비정유 부문 영업이익률이 높은 점을 근거로 횡재세 부과가 정당하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비정유 부문 비중이 낮아 전체 영업이익률 개선에 큰 변화는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2007~2022년까지 정유4사의 정유·비정유 부문을 모두 합친 평균 영업이익률은 2.9%로 나타났다.
여기에 4·4분기 불확실한 경영환경도 변수다. 에프앤가이드는 에쓰오일의 4·4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8589억원 대비 43.1% 감소한 4888억원으로 전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4·4분기 항공 및 난방 수요 증가로 정제마진(석유제품과 원유가격의 차)이 견고할 것으로 전망되긴 하지만 어떤 변수가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며 "미래 대비에 집중해야할 시기"라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