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지주회장 '상생금융' 면담 앞두고 "銀 1조원 내라" 초과이익 환수법안 속속

      2023.11.14 19:07   수정 : 2023.11.14 19:3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오는 16일 금융당국 수장들과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의 '상생금융' 면담을 이틀 앞두고 은행 초과이익을 사회공헌에 쓰도록 하는 법안이 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속속 발의됐다. 은행의 이자수익 일부를 취약계층·소비자에게 쓰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일부 시중은행이 1000억원 규모 자체 상생금융안을 내놓은 가운데 16일 회동에서 상생·서민금융 규모 및 이행 방안 청사진이 나올 전망이다.



14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금리로 금융사가 벌어들인 초과이익을 환수해 금융 취약계층을 지원토록 하는 내용의 '상생금융법안' 패키지(금융소비자보호법·부담금관리기본법)를 대표 발의했다. 상반기 순이자수익을 고려해 올해 회계연도부터 이 법안을 적용할 시 은행권 기준 약 1조9000억원의 기여금이 모일 것으로 추정됐다.


법안 핵심은 금융사가 최근 5년간의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넘는 순이자수익을 낼 경우 이를 초과이익으로 보고, 초과이익 최대 40%를 상생금융 기여금으로 부과하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기여금은 금융 취약계층과 금융소비자 보호 지원사업에 쓴다는 내용이다. 지원사업을 담당하는 기관에 대해 금융사들이 기여금 형태로 출연할 수 있게 제도화하는 것이 법안 취지다.

김 의원은 △횡재세가 이중과세, 조세 소급금지 원칙에 위배될 수 있는 만큼 부담금 형식을 취한 점 △유럽연합(EU)이 쓰는 연대기여금이라는 명칭을 차용해 은행의 '사회공헌 기부' 의미를 살린 점 △서민금융법 대신 금융소비자보호법에 규정해 신용보증기금, 새출발기금, 국민행복기금 등 기여금 출연 범위를 다양화한 점이 법안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 법안은 국회 제1당인 민주당의 사실상 당론 법안이다.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이개호 정책위의장, 정태호 민주연구원장이 이름을 올렸고 정의당 강은미 의원, 진보당 강성희 원내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등 총 55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나섰다.

이 법안이 2023년 회계연도부터 적용 가능하도록 부칙도 넣었다. 김 의원은 "은행 초과이익을 세금으로 징수하거나 금융사의 서민금융진흥원 법정 출연요율을 올리는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이 나왔지만 부담금 형태가 적절하다는 석학 의견을 반영해 부담금으로 징수하는 법안을 넣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사회적 여론에 떠밀려 정부가 강제로 은행에 기부금을 내도록 하는 것 대신 국회가 합리적인 원칙과 기준에 따라 입법을 통해 제도화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정무위 소속 같은 당 민병덕 의원도 은행 초과이익을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토록 하는 내용의 서민금융법 개정안을 13일 대표 발의했다. 지난 4월 냈던 기존 법안을 철회한 후 수정해 다시 발의한 것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p 상승할 때 출연금을 내도록 한 조건을 삭제하고, 출연요율을 2배로 올린 것이 수정된 법안의 골자다. 지난 5년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거둬들인 경우 그 만큼을 초과이익으로 보고, 초과이익 최대 20%를 서민금융진흥원 자활지원계정에 출연하게 하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을 뺀 은행 순이자수익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평균 38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53조2000억원, 올해는 상반기에만 28조원에 달했다. 하반기에 상반기 수준 순이자수익을 냈다고 가정했을 때 은행의 출연금 총액은 9830억원 수준이다.

서금원 자활지원계정은 저소득층 창업·취업·주거·교육 등을 위한 신용대출과 보증, 금융채무 불이행자의 경제적 회생 지원을 위한 신용대출 및 보증과 영세 개인사업자 영업 지원을 위한 신용대출 등에 활용된다.

민 의원은 "은행의 과도한 이익에 대해 호통치기보다는 적정한 합의를 할 수 있는 제도 수립이 우선"이라며 "은행도 일반 기업처럼 이사회와 주주 감시를 받는데 제도적 뒷받침 없이 정부 입김으로 거액의 사회공헌기금을 내놓는 방식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들이 금융당국 수장들과 지주회장들의 만남 직전 나왔다는 점에서 상생금융 방안들 중 하나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16일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을 만나 상생금융 및 가계부채, 내부통제 관리방안, 지배구조 개선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은행의 과점체계를 꼬집고 소상공인·청년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조한 지 약 2주 만이다.

일부 시중은행들이 1000억원대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했지만 당국에서는 은행권 공통의 서민금융 확대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은행 기부금 혹은 출연금 형식으로 수조원대 규모의 재단, 기금, 펀드 등을 만들거나 서금원·지역신용보증재단 출연요율을 인상하는 방안 등 각종 '안(案)'들이 거론되고 있다.


당국은 16일 회동을 앞두고 각 금융지주와 함께 상생금융 규모와 대상, 방식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날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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