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아들 둘 살해한 母.."울어서 주스 먹였는데 사망했다"
2023.11.16 06:49
수정 : 2023.11.16 06:4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자신이 낳은 두 아들을 출산 직후 잇따라 살해한 엄마가 둘째 아들은 산부인과에서 퇴원한 날 주스를 먹였더니 숨졌다고 주장했다.
"둘째 아들 출산 이틀뒤 주스 먹였더니 숨져"
15일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살인 혐의로 구속한 A씨(36)를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씨는 2012년 9월 초 서울 도봉구 자택에서 갓 태어난 첫째 아들 B군을 이불로 감싸 살해한 뒤 인근 야산에 묻어 유기한 혐의와 2015년 10월 중순 인천 연수구 자택에서 신생아인 둘째 아들 C군을 살해한 뒤 문학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최근 추가 조사에서 "산부인과 병원에서 출산 후 이틀 뒤에 퇴원해 둘째 아이를 집에 데리고 왔는데 심하게 울어 주스를 먹였다"면서 "사레가 걸려 호흡곤란으로 사망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첫째 아들은 병원 퇴원 후 집에 데리고 온 뒤 계속 울어 살해한 뒤 야산 낙엽 아래에 묻었다"고 범행을 인정했다. 다만 "둘째 아들은 병원 퇴원 후 집에 왔는데 죽어 버렸다"며 C군의 사망 경위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으나 추가 조사에서 C군의 사망 경위를 실토한 것이다.
'출생 미신고' 조사 나오자 10년만에 자수
앞서 A씨는 9일 오후 8시40분께 인천경찰청에 찾아가 "2012년에 낳고 출생 신고를 하지 않은 아이와 관련해 왔다"고 자수했다.
A씨는 지난 6월 2015∼2022년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한 1차 전수 조사에 이어 최근 인천 연수구청이 2010∼2014년 출생 미신고 아동을 추가로 전수 조사하자 압박감을 느끼고 경찰에 자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진술을 듣고 조사에 나선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A씨의 살인 혐의가 드러나자 다음 날 새벽 A씨를 긴급체포했다.
직업이 없는 미혼모인 A씨는 두 아들 모두 병원에서 자연분만으로 낳고서 하루나 이틀 뒤 퇴원하자마자 출생 신고도 하지 않은 채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어머니는 A씨와 함께 살았지만 딸의 범행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두 차례 임신으로 배가 불러올 때면 어머니에게 핑계를 대고 집을 나와 몇 개월씩 따로 산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가 인정한 첫째 아들 살해뿐만 아니라 신생아인 둘째에게 모유가 아닌 주스를 먹인 뒤 호흡곤란 상태를 방치한 행위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판단했다. 다만 A씨에게는 공소시효가 없는 살인죄만 적용됐으며, 공소시효가 7년으로 이미 끝난 사체유기죄는 적용되지 않았다.
"두 아이 친부 달라.. 잠깐 만나 누군지 몰라" 주장
한편 A씨의 두 아들 모두 출생 신고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임시 신생아 번호는 B군만 있었고, C군에는 아예 부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워 양육 부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두 아들의 친부는 다르고, 잠깐 만난 남자들이어서 정확히 누군지 모르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10일 A씨가 시신 유기 장소로 지목한 인천 문학산 일대를 3시간30분 동안 수색한 끝에 C군의 시신을 발견했다. 다만 B군 시신을 묻은 서울 도봉산은 11년 전과 비교해 지형이 많이 바뀐 탓에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11년 전 범행이어서 그동안 들짐승에 의해 B군 시신이 훼손되거나 비에 쓸려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피의자를 송치한 뒤 추가 수색 여부는 내부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