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물가 잡힐까… 내년 식량 원자재 값 하락 전망

      2023.11.16 18:16   수정 : 2023.11.16 18:16기사원문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올라갔던 세계 식품 가격이 내년에는 다소 내려간다는 전망이 나왔다. 주요 식량 수출국들이 생산을 늘리고 경기 위축으로 식품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이하 현지시간) 네덜란드 라보뱅크 보고서를 인용해 2024년이면 설탕과 커피, 옥수수, 대두를 포함한 주요 식량 원자재 가격이 내려간다고 전했다.

농업 기업들과 주로 거래하는 라보뱅크는 같은기간 전 세계적인 고금리와 물가상승으로 인해 식품 수요가 감소한다고 예측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 가격을 분석하여 매월 발표하는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올해 1월 130.2p에서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으며 지난 10월에는 120.6p까지 내려갔다.
10월에는 유제품 평균 시세가 전월보다 2.2% 올랐지만 곡물과 식물성 유지, 육류 가격은 0.6~1.0% 내렸다. 특히 설탕 가격은 2.2% 하락했다.

식량가격지수는 2014~2016년 평균값을 100p로 간주하여 시세 변화를 평가한다. 해당 지수는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퍼진 2020년 6월에 93.3p을 기록했으며 2021년 평균은 125.7p이었다. 러시아가 우크라나를 침공한 직후인 지난해 3월에는 역대 최고치인 159.7p까지 올랐다. 러시아와 우크라는 2021년 기준으로 각각 세계 1위, 5위의 밀 수출국이다.

라보뱅크의 카를로스 메라 식량 원자재부문 대표는 지난 3년 동안 식량 원자재 시장이 코로나19와 전쟁, 악천후 등으로 혼란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밀 시장에서는 주요 수출국들이 전쟁을 벌였고 올해 찾아온 엘니뇨는 아시아에 극심한 더위를 초래해 설탕 및 커피 농사를 방해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5개월 이상, 0.5도 이상 올라가면서 서태평양의 온도는 내려가는 자연적인 현상으로 보통 2~7년 주기로 반복된다. 올해 엘니뇨는 4년 만에 찾아왔다.

메라는 "생산자들이 여전히 전쟁 후유증과 악천후, 생산 투여 비용 상승, 수요 약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내년을 정상으로 돌아가는 시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순탄하지는 않겠지만 농산물들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늘어나는 구매자들에게 안도감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보뱅크는 설탕의 경우 세계 3위 생산국인 태국에서 온도와 강수량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간다고 내다봤다. 남아메리카에서는 엘니뇨 영향으로 강수량이 증가해 커피와 대두 생산이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올해 작황이 좋지 않았던 아르헨티나의 대두 생산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밀은 아직 변수가 있다. 라보뱅크는 전쟁중인 우크라에서 밀 수출을 이어가겠지만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수출량이 크게 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아르헨티나와 호주의 밀 생산도 풍년을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우크라를 침공하며 세계 밀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한 러시아가 변덕을 부릴 수 도 있다.
메라는 러시아가 식량을 무기로 우호 국가에만 밀을 팔 수 있다며 "내년에는 러시아에서 돌발 행동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라보뱅크는 유엔의 글로벌상품가격지수(UNGCPI)가 지난해 3월 최고치를 기록한 후 25%가량 하락했지만 소비자가 이를 체감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추정했다.
은행은 높은 에너지 비용과 인건비 등으로 생활 물가가 빨리 내려가지는 않는다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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