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쓸 돈은 있어야지"..긴축재정에도 정부 '쌈짓돈' 남겼다
2023.11.21 07:00
수정 : 2023.11.21 0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년 연속 이어진 긴축 기조 중에도 일반 예비비 비중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코로나 시기 긴급 대응을 위해 편성했던 규모와 비슷한 수준의 여윳돈을 내년 예산안에도 남겨뒀다. 이외에도 예비비와 마찬가지로 사용 내역 공개의무가 없는 '정보보안비' 등 가용금액이 늘어난 정황이 포착됐다.
21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속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 내 예비비는 5조원 수준이다. 지난해보다 4000억원이 늘었다. 규모로 봐도 코로나로 인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잦았던 2021년에 육박하는 액수다.
예비비는 국가재정법 제 22조에서 규정한 재난 등에 쓰이는 '목적예비비'와 예상 외 지출 대비를 위한 '일반예비비'로 구성한다. 미리 사용처를 밝혀둔 '목적예비비' 밖의 '일반예비비'는 통상 예산의 1% 수준에서 책정해왔다.
내년 지출 증가율이 역대 최저 수준인 2.8%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예비비도 비례해 줄어드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내년 예비비 증감률은 지출 증가율을 웃도는 9%를 기록했다. 지출 목적이 따로 정해지지 않은 '일반예비비'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11% 대폭 늘어났다. 일반회계 예산 대비 일반 예비비 비중든 0.44%로 최근 6년간 가장 큰 수준으로 책정됐다.
일반예산과 달리 예비비는 총액에 대해서만 국회의 심의를 받는다. 기존 취지가 예산 운용의 신축성을 위한 것인 만큼 예산의 전용을 비롯해 운용계획의 변경 역시 자유롭다. 국회 감시체계 없이 정부의 쌈짓돈처럼 활용될 여지가 많다는 의미다.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일반 예산의 과소편성 후 예비비를 높게 책정하는 등의 관행을 줄여야 한다"며 "예비비 규모 자체를 계속해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 바 있다.
줄어든 특별활동비를 대신해 자리를 차지한 '정보보안비' 역시 예비비와 같이 증빙 의무가 낮은 '쌈짓돈' 항목이다. 내년에 16억4800만원(1.3%) 가량의 규모 축소가 예정된 특활비는 오히려 정보보안비 58억원의 증가를 불러왔다. 국방부에만 지급하던 정보보안비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법무부까지 대상을 넓혀서다. 증가분을 모두 고려하면 사실상 특활비 성격의 예산은 되레 4.6% 늘어날 예정이다.
강 의원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면서 쌈짓돈 예비비의 금액과 비중은 늘어났다"며 "불필요한 예비비를 감액해 연구개발(R&D) 예산을 증액하는데 써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24일까지 예정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긴축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총지출을 늘리지 않겠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