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정, 소수민족 대공세에 위태...中 선택은?

      2023.11.18 05:00   수정 : 2023.11.18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 2021년 2월 쿠데타 이후 2년 넘게 미얀마를 철권통치하고 있는 군사 정부가 민주화 세력이 아닌 소수민족 반군의 공세로 위기에 처했다. 외신들은 소수민족 반군이 쿠데타 군부를 몰아내더라도 민주화 세력에 순순히 권력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미얀마의 미래가 더욱 불안해졌다고 내다봤다.

소수민족 반군 연합공세
미얀마의 민 쉐 군정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8일 국가방위안보위원회(NDSC)에 참석해 "정부가 국경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면 나라가 여러 개로 쪼개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과 국경을 접한 미얀마 북부 샨주(州)에서는 아라칸군(AA), 타앙민족해방군(TNLA),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을 포함한 3개 소수민족 반군이 '형제 동맹'을 결성하여 지난달 27일부터 미얀마군을 대대적으로 공격했다.

샨주는 미얀마 국토 중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가장 큰 행정 구역이다.
형제 동맹군은 이달 방글라데시와 인도에 접한 서부 친주와 라카인주에서도 미얀마군을 공격했다. 2021년 쿠데타로 실각한 미얀마 민주 진영의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도 형제 동맹의 공세에 가담했다. 미얀마 북부 카친주와 사가잉주에서는 NUG 산하 무장 단체인 시민방위군(PDF)과 다른 소수민족 반군들이 미얀마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17일 외신들에 따르면 미얀마 군정의 조 민 툰 대변인은 "미얀마군이 샨주, 카야주, 라카인주 등에서 상당한 숫자의 반군 군사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군 공격으로 미얀마군이 일부 기지에서 대피했다며 "무인기(드론) 폭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긴급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공무원과 전역 군인들로 구성된 부대를 조직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호주 매체인 더컨버세이션은 16일 보도에서 미얀마군이 점점 국가 통제를 상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얀마군은 이미 수십 개의 군 기지를 잃었고 항복하거나 인도 등으로 도망가는 병사도 급증하고 있다. 형제 동맹군은 이달 초 로힝야족 학살 전범으로 유명한 미얀마군 제 99 경보병 사단의 사단장을 사살하기도 했다.


관망하는 中, 러시아 개입할까?
인구가 약 5500만명인 미얀마는 약 70%의 버마족과 25%의 소수민족, 중국 및 인도계 이민자 5%로 이루어져 있다. 약 63년의 영국 식민 지배를 받았던 미얀마는 일본군의 지원을 받은 독립영웅 아웅 산의 무장투쟁에 힘입어 1948년 독립한다. 그러나 아웅 산은 독립을 6개월 앞두고 암살당했고 초대 미얀마 정부는 개국 초기 혼란을 수습하지 못했다. 아웅 산과 함께 싸웠던 미얀마 군부 인사들은 네 윈을 앞세워 1962년 쿠데타를 일으켜 군부 독재를 시작했다.

네 윈은 냉전시대 비동맹 노선을 유지하며 버마족과 불교를 최우선으로 두는 '버마식 사회주의'를 도입해 이슬람계 소수민족을 탄압했다. 동시에 북한처럼 무차별적인 국유화와 쇄국정책을 단행했다. 그 결과 135개에 이르는 미얀마 소수민족들은 수십 년에 걸쳐 반(反)정부 및 반군부 투쟁에 나섰다.

가장 가까운 열강인 중국은 미얀마 군부가 냉전 당시 비동맹 노선을 걷자 미얀마 공산계열 소수민족에게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며 군부를 견제했다. 중국은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우방을 늘리기 위해 미얀마 군부와 협조했지만 여전히 사이가 서먹하다. 오히려 민주화 진영 대표인 아웅 산 수치 전 국가고문이 2016년 로힝야족 학살 사태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자 군부보다 적극적으로 중국에 기댔다. 중국은 쿠데타로 민주 정부가 무너진 이후 줄곧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현재 형제 동맹은 중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

반면 군부에게 손을 내민 것은 러시아였다. 러시아는 쿠데타 이후 군부의 최대 무기 수입국으로 떠올랐으며 지난해 9월부터는 군정에 석유도 제공했다. 미얀마 군정과 러시아는 이달 7~9일 합동 해군 훈련을 진행 했다. 더컨버세이션은 러시아가 군정과 손 잡았기 때문에 군정이 무너지면 미얀마에 대한 영향력을 잃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군정 무너져도 여전히 혼란
카렌족, 카친족, 친족 등 일부 소수민족들은 쿠데타 이후 NUG와 연대하여 함께 군정과 싸웠지만 형제 동맹을 이끄는 샨주의 반군들은 NUG와 거리를 두고 독립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형제 동맹은 지난달 공세를 시작하면서 “억압적인 군사독재를 뿌리 뽑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군정 타도가 목표라고 명시했다.

더컨버세이션은 NUG의 경우 군정을 타도하고 아웅 산 수치의 권력 회복이 목표지만 지금 정국의 주도권을 잡은 소수민족 반군의 생각은 다르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형제 동맹 반군들이 군정 타도 이후 민주 진영을 상대로 연방제 시행 및 소수민족 권리 확대 등 상당한 요구사항을 제시한다고 내다봤다.

또한 더컨버세이션은 비록 미얀마군이 도시와 군 기지에 틀어박혀 공중 폭격에 집중하고 있지만 패배가 임박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샨주의 또 다른 무장단체인 와주연합군(UWSA)은 형제 동맹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지원을 받고 있으나 동맹에 가담하지 않았다. 약 2만명의 병력과 현대 무기를 보유한 UWSA는 샨주에서 가장 강력한 단일 무력집단으로 불리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미얀마군과 휴전 협정을 맺고 무력 충돌을 자제했다.

중국이 계속 사태를 관망한다는 보장도 없다. 지난 4일에는 미얀마군이 발사한 포탄이 중국 영토에 떨어져 중국인 1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 중국 외교부는 국경 지역에서의 충돌과 관련해 즉각 싸움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북부 지역 무장단체들은 중국으로부터 직접 요청을 받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이후 미얀마에서 벌어진 교전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75명의 민간인이 숨지고 94명이 다쳤다. 난민도 20만명 이상 발생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15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명의의 성명에서 미얀마의 "분쟁이 확대되는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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