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데 진료 못 받는 한국인 비율, 오스트리아의 30배…왜?
2023.11.19 08:01
수정 : 2023.11.19 09:52기사원문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아파도 병의원 진료를 받지 못한 우리나라 국민 비율이 오스트리아의 30배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거동 또는 교통편이 불편해 병의원에 가지 못하는 '돌봄 체계의 부족'이 분석됐다.
18일 한국보건행정학회에 따르면 정우진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정책학과 교수는 지난 2018년 한국 의료패널 조사에 참여한 만 18세 이상 국민 1만3359명의 응답 분석 결과를 학회 학술지 최근호에 실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지난 1년간 병의원 치료나 검사가 필요했는데 받지 못한 적 있다는 '미충족 의료 경험률'이 11.7%였다. 이는 같은해 유럽연합(EU)이 실시한 조사 중 설문 문항이 같은 33개국과 비교했을 때 4번째로 높다.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알바니아(21.5%)와 에스토니아(18.9%), 세르비아(11.8%) 정도다. 한국의 경험률은 오스트리아(0.4%)의 30배, 네덜란드(0.8%)의 15배 수준이다. 이탈리아(2.6%), 프랑스(3.4%), 영국(8.3%) 역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강원의 경험률이 22.9%로 가장 높았고 제주(16.2%), 전북(14.3%), 대구(14.1%)가 뒤를 이었다. 가장 낮은 지역은 전남(4.9%)이고 광주(5.7%), 울산(6.7%) 등도 낮은 편이었다. 전남과 강원 간 격차는 4배 이상 벌어졌다.
정 교수가 국내 미충족 의료 경험의 이유를 3가지 범주로 나눠본 결과 '돌봄 부족'과 '시간 제약', '진료비 부담'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돌봄 부족은 건강상 이유나 어린 자녀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혹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응답한 경우를 묶은 것이다.
정 교수는 "한국의 건강보장 체계가 국민의 미충족 경험률 수준과 그것의 지역 간 격차 등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형편"이라며 "국민의 건강 유지와 향상이 더 이상 보건 의료부문만의 지엽적 문제가 아님을 직시할 때"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한국이 선진국의 지방주민 건강관리 기획 및 집행 책임의 지방이양 과정 등을 참고해 건강보장 체계 자체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 지방의회 등 다양한 공적 참여자가 관련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해 문제들을 공개적으로 토론하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행 선진국들의 일차 의료 전담의 양성 등 일차의료 인프라 확충, 지역사회 기반 통합돌봄 시스템, 광역보건청 구축 등 사례를 적극 참고해 체계를 개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제안했다.
이밖에 건강보장 체계 재정은 현행대로 중앙집중을 유지하되 지방주민들을 위한 건강관리 기획 및 집행은 1995년부터 시행 중인 지방자치제도에 발맞춰 '중앙과 지방 간 책임공유 및 역할 분담' 방식으로 바꾸는 것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정 교수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