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한테 표 뺏길라"..우후죽순 '신당론'에 與野 선거제 셈법 복잡
2023.11.20 07:00
수정 : 2023.11.20 0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최근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어 정치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2월 신당론'을 앞세워 본격 세력화에 나선 상황에서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할 경우 양당 모두 신당에 의석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총선 후보자 등록이 마감되는 오는 12월 12일 전까지 선거제 개편과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해야 하기에 양당 지도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지도부는 비례대표 선출 방식에 있어 병립형 회귀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양새다. 신당에 비례대표 의석 수를 빼앗기지 않으며 과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는 뾰족한 묘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준석 신당' 가능성에 '병립형' 주장 강화하는 與
병립형은 지역구 의석과는 별개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나누는 방식이다. 연동형은 정당 득표율과 의석 수를 연동, 득표율만큼 지역구 의석이 채워지지 않을 경우 비례대표에서 부족한 의석을 채워준다.
지난 21대 총선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러졌다. 준연동형은 지역구 의석과 연동하는 정도를 낮춘 것으로, 21대 당시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 한해 적용됐다.
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우리 당은 방향이 정해져 있다"며 "비례대표 선출 제도가 병립형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연동형으로 갈 경우 이점보다는 약점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전 대표의 신당으로 표가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의 신당은 기존 보수 지지층에 더해 현재 국민의힘 지지층과는 결이 다른 2030대 남성 보수·중도층에도 소구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또한 최근 지지자들의 이름과 연락처 등을 수집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신당 창당을 위해 필요한 인원을 모집하고 있음을 암시하며 위력을 과시하고 있어 연동형을 주장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민주, '조국 신당설'까지 나오자 "위성정당 창당보다 병립형이 덜 욕먹어"
반면 민주당은 병립형과 연동형을 둘러싼 당내 의견이 정돈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은 준연동형 유지를 고수해왔으나 신당 등에 의해 상황이 변모하며 입장 변화의 조짐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당 중진을 중심으로는 총선 승리를 위해 병립형으로의 회귀를 주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조 전 장관에 이어 송영길 전 대표까지 신당 창당에 가세하며 진보 계열의 표가 나뉘어질 수 있는 위협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민주당은 지난 총선 이후 위성정당을 창당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어 이를 깰 경우 국민적 지탄을 받을 수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진작에 병립형으로 회귀하자고 했어야 했다"며 "위성정당을 만들기보다 병립형으로 가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양당제를 타파하고 정치 개혁을 이루기 위해 연동형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와 함께 위성정당 꼼수 재현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된다. 지난 15일 당 소속 의원 30명은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를 두고 당에서는 병립형으로의 회귀와 위성정당 창당 중 어느 쪽이 비판을 덜 받을 것인지에 대한 고심이 깊다. 한 초선 의원은"결국은 이재명 대표가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act@fnnews.com 최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