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막히자… 외국인, 주식선물로 옮겨탔다

      2023.11.19 18:20   수정 : 2023.11.19 18:20기사원문
공매도 금지 조치로 국내 개별 주식선물 거래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로 리스크를 분산해왔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체재 격인 개별 주식선물 투자로 대거 옮겨갔다는 분석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가 시행된 지난 6일 이후 외국인은 주식선물을 37만5980계약(17일 기준) 순매도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2190억원어치에 해당한다.

앞서 외국인은 9월과 10월에 주식선물을 각각 1964억원, 101억원 순매수했지만 이달 들어 3개월 만에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하루 평균 주식선물 거래대금도 공매도 금지 직전 한 달 간(10월 4일~11월 3일) 3조4421억원에서 공매도 금지 이후(11월 6~17일) 4조695억원으로 18% 증가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로 투자 위험을 분산해온 외국인들이 공매도가 금지되자 주식선물 거래로 옮겨간 결과"라며 "공매도 금지가 장기화될 경우 (주식선물 거래를 통한 헤지 수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특히 증시가 조정을 받을 때 과거에 비해 선물 거래가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를 통해 주가 하락에 베팅한 것처럼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현물 대신, 주식선물을 매도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공매도 금지 이후 외국인이 가장 많이 내다 판 주식선물은 SK하이닉스(-635억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549억원), 포스코홀딩스(-538억원), 삼성전자(-520억원), 삼성SDI(-482억원), 카카오(-11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선물은 에코프로비엠(407억원)이다. 셀트리온(245억원), 엘앤에프(94억원), HD한국조선해양(82억원), LG이노텍(65억원), 기아(59억원) 등의 순이다.

강송철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선물거래가 늘어났다는 것은 주가 하락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헤지 거래뿐만 아니라 현·선물 가격차를 활용한 차익거래 등이 함께 늘어난 결과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코스피200 선물의 경우 이달 들어 외국인이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을 지난 7~10월 순매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17일까지 2조3892억원어치(2만9371계약) 사들였다.


통상 코스피200 선물을 사들이는 것은 지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기존 매도 포지션을 청산해 매수 계약으로 전환하는 물량이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강 연구원은 "8~10월 외국인이 지수선물을 대량 매도한 시점에 코스피지수도 함께 움직이는 양상을 보였다"며 "국내 반도체업종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나오면서 외국인 지수선물 매수세와 코스피지수가 함께 오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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