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RCEP 지렛대 삼아 첨단분야 협력 잠재력 끌어내야"

      2023.11.19 18:28   수정 : 2023.11.19 18:28기사원문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경제협력의 새로운 성장 포인트 육성 등 한중 경협 활성화에 대한 의욕을 보였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의 조속한 개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활성화 등을 강조했다.

반면 싱 대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및 한중 정상회담, 한한령(限韓令) 해제 등에 대해서는 우호적 분위기와 여건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음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가진 싱 대사와의 일문일답 주요 내용.

대담=이석우 대기자

―한중 FTA 개정에 대한 입장과 준비 상황은.

▲FTA 개정과 관련, 한중 양국은 개정협상 개시를 위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 중국은 서비스 등 무역·투자 분야의 개방 및 협력 수준을 높이고, 이를 통해 두 나라 경제·무역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를 희망한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발효된 RCEP을 새로운 지렛대로 삼아 디지털 및 녹색 경제 등 첨단 분야의 협력 잠재력을 끌어내고, 함께 나눌 이익의 파이를 더 크게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새만금 지역에 대한 중국 기업의 투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데.

▲새만금에 대한 중국 기업의 '투자 열풍'은 두 나라 경협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새만금산업단지는 중한 산업협력단지 조성사업에 포함된 4곳 중 하나다. 올 들어 한국의 LG화학, SK온, 에코프로 등이 각각 중국의 화유코발트, 배터리용 전구체업체인 GEM(거린메이) 등과 공장설립 계약을 했다. 지난 10월 30일 닝보 룽바이뉴에너지(룽바이커지)도 새만금개발청과 투자협약을 맺고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전구체 및 황산염 등 2차전지 소재 생산공장을 건립하기로 했다. 새만금산업단지는 중한 경제·무역협력의 새로운 포인트이자 성장점이 됐다. 이곳을 기반으로 신에너지, 녹색경제 등 첨단·신기술 분야와 혁신산업 영역에서 협력을 넓혀 나간다면 한국의 호남 지역 발전과 두 나라의 동반성장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다.

―탄소절감, 대기오염 등 환경분야 협력 방향은.

▲시진핑 주석은 "지난 2020년 중국이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의 정점을 찍은 뒤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천명했다. 올 상반기 기준 중국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용량은 13억㎾로, 처음으로 석탄발전량을 넘어섰다. 전기차 보유량도 1620만대로, 8년 연속 생산·판매량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와 탄소배출 없는 발전을 위한 국가 차원의 결심과 실천을 보여준다. 한국 기업들도 이러한 발전전략과 추세에 동참해 나간다면 여러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 내 한국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중국의 경제정책 방향을 걱정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향후 한중 경협 전망과 활성화 방안은.

▲지난 10일 상하이에서 폐막한 제6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에 역대 가장 많은 212개사나 되는 한국 기업이 참가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의지의 반영으로 본다. 중국 정부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지방 및 민영 경제 활성화 대책 등 각종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경제상황도 지속적으로 나아지고 있고, 질적인 발전 역시 착실히 진전시켜 나가고 있다. 올 3·4분기까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동기 대비 5.2%나 성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내년에는 더 높은 성장률 달성이 예상된다. 앞으로 한중 양국이 RCEP 등의 제도를 새로운 추동력으로 삼아 디지털 경제, 녹색발전, 바이오제약 등의 영역을 중점적으로 키워 나간다면 양국 경협의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4억명을 넘어선 중국 중산층은 2035년 8억명에 도달할 것이다. 바로 옆에 있는 세계 최대 시장이란 기회를 한국의 강점을 앞세워 잘 선용하기를 기대한다. 양국 경협의 새로운 성장점을 육성하기 위해 저와 중국대사관도 최선을 다하겠다.

―한류 콘텐츠를 제한하는 한한령이 여전하다. 언제쯤 한국 연예인들의 공연과 한국 영화 및 영상물의 중국 시장 진출이 자유로워질 수 있나.

▲중한 양국이 문화교류를 전개하기 위해서는 우호적 여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요인으로 인해 두 나라의 여론 기반이 다소 약화됐다. 이것이 두 나라 문화교류 전개에 지장을 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모두 일시적이다. 지난해부터 적지 않은 한국 영화와 드라마, 게임이 다시 중국에서 선보이면서 많은 중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인적 교류도 최근 점차 회복되고 있고, 지방 교류 역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상대국을 방문하는 여행객도 늘고 있다. 문화교류와 협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좋은 분위기와 여건 조성을 위해 양측이 함께 노력하기를 기대한다.

―한국에서 중국의 매력과 호감도가 많이 떨어졌다. 반간첩법 등에 대한 걱정도 크다.

▲코로나19 등의 제약으로 커졌던 오해와 서먹함을 풀고, 교류 활성화와 양국 국민 간 상호이해와 우호감정 증진을 위해 한국 측과 머리를 맞대겠다. 청년 교류에 무게를 두어 진행시켜 나가겠다. 또 한국인들이 더 편리하고 쉽게 중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비자제도를 더 간소화해 나가고 비자 발급비용도 올해 내 대폭 인하하겠다. 반간첩법 등은 공권력의 집행을 법과 제도에 따라 제약시켜 잘못된 자의적인 남용을 막는 데 더 큰 뜻이 있다. 방문객과 외국인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한 기대가 높다. 한중일 3국 정상회담도 추진되고 있다. 진전 상황은.

▲정상 간 교류는 양국 관계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양측이 정상회의를 위한 우호적 분위기와 여건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해 조속하게 결실을 보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서울에서 열릴 차례인 차기 중한일 3국 정상회담 개최를 비롯해 세 나라 사이의 여러 협력의제를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주도하고 있는 것을 지지한다. 지난 9월 26일 서울에서 중한일 고위급회의(SOM)가 열린 것도 진전이다.

―시 주석의 방한, 한한령 해제 등과 관련해 우호적 분위기와 여건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어떤 문제가 해결돼야 하나.

▲이념을 따지지 말고 국가이익을 위해 서로를 배려했으면 한다. 특히 (대만 문제 등) 상대방의 핵심적 국가이익을 존중해 주기를 기대한다. 이를 바탕으로 예민한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면 여러 분야에서 공통이익을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이다.

―북한 핵개발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노력은.

▲한반도와 영토를 접한 중국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국가이익에 직결된다.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수호,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왔다. 수년 동안 북미대화이든 남북대화이든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중국은 모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왔다. 중국은 한반도 안정과 대화 촉진을 위해 힘을 다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중국으로 넘어온 북한이탈주민, 탈북자에 대한 북한 강제송환이 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는데.

▲여러 해 동안 중국은 국내법, 국제법 및 인도주의 정신을 결합한 원칙에 따라 이 문제를 처리해 왔다. 앞으로도 이러한 원칙에 따라 관련 업무를 처리해 나갈 것이다.

―15일(현지시간) 열린 샌프란시스코 중미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와 입장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두 정상은 양국 관계의 전략성, 방향성과 함께 세계 평화와 발전의 주요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정치외교, 인문교류, 글로벌 거버넌스, 군사안보 등에서 20여개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두 나라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다시 출발해 새로운 비전을 세우고 중미 관계의 기초를 더욱 강화하며, 평화공존의 기둥이 되어 양국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이며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시키기를 기대한다.

―중미 관계의 긍정적 발전을 위해 한국의 어떤 역할을 기대하나.

▲한국이 중미 간 '윤활제' 역할을 더욱 발휘하여 중국과 함께 진정한 국제질서와 다자주의, 자유무역을 수호하고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함께 수호하길 기대한다. 한미는 동맹국이고, 한중은 전략적 협력동반자로서 중미 모두 한국에 매우 중요하다. 나 또한 한국이 중국과 미국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다. 한중 두 나라는 양국과 지역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출발해 냉전적 사고방식이 역내에서 부활하는 것을 막고, 협력상생과 공동발전의 긍정적인 추세를 유지해야 한다.

―중국과 대만 양안 관계의 불안정성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며,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국제사회가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중국 전체를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다.
내전으로 분단된 상태이므로 통일은 당위다. 분열을 용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대화를 통한 통일, 평화적인 통일을 원한다.

june@fnnews.com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