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부족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은 시기상조
2023.11.19 18:40
수정 : 2023.11.19 18:40기사원문
이 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중소기업은 추가 유예를 한목소리로 요청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50인 미만 회원업체 64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9.9%가 유예기간을 더 연장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들 기업 중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해 조치를 마쳤다고 답한 기업은 22.6%에 불과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6단체도 법 적용시기를 2년 더 유예해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반면 노동계는 '준비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준비하지 않은 것'이라며, 정해진 대로 전면 확대 시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상황은 유예 쪽으로 기울고 있다. 경영계의 의견을 받아들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말 국무회의에서 유예 필요성을 밝혔고, 정부·여당도 추가 유예를 추진 중이다. 국민의힘은 유예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지난 9월 발의했다. 12월 정기국회에서 우선처리를 밀고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우리가 볼 때 중대재해처벌법은 2년 더 유예하는 것이 타당하다.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전국 83만개에 이르는 게 우리나라의 실정이다. 지금처럼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법이 전면 시행되면 산업재해를 줄이자는 본래의 법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사업주들만 범법자로 전락시킬 우려가 크다. 우리 중기 관행상 오너의 부재는 기업의 생사를 결정 짓는다. 사업주가 구속되거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되면 해당 사업장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시행 결과 법 자체의 효율성도 의심받고 있다. 법 조항이 불합리하고 모호한 데다 각종 지침과 절차 등이 너무 복잡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2022년 산업재해자 수가 전년보다 7600명 증가했고, 산재 사망자 수도 143명이 오히려 증가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중대재해를 막아내지 못하는 현실이다. 산업현장을 반영하지 못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확대 실시가 답이 아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추가 유예와 함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당 법을 정비하는 게 회사도 살리고 노동자도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