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고금리 뉴노멀 시대, 시급한 전방위 구조개혁

      2023.11.19 18:40   수정 : 2023.11.19 18:40기사원문
한국 기업의 빚 증가 속도가 세계 두 번째로 빠른 것으로 집계됐다. 부도 증가 속도도 세계 2위다. 고금리 장기화 국면에서 기업의 무리한 빚내기는 국가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만큼 선제 관리가 시급하다.



국제금융협회(IIF)가 19일 펴낸 세계부채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34개국 중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26.1%로 2·4분기보다 5.2%p나 뛰었다. 부채 규모는 3개월 만에 싱가포르를 제치고 3위로 올랐다.
증가 속도를 보면 전 분기 대비 2위, 1년 전과 비교하면 3위다. 세계적 긴축기조 속에서 지난 1년간 기업부채 비율이 높아진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러시아,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 9개국에 불과했다.

세계 1위 가계부채, 수년간 폭증한 나랏빚에 가려 기업부채의 심각성이 덜 알려졌으나 가볍게 여길 사안은 결코 아니다. 가파른 기업빚 증가세는 4·4분기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 16일 기준 대출잔액은 766조원으로 보름 새 2조원 넘게 불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5대 은행 기업대출은 62조6589억원 급증했다. 긴축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렸으나 소용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부실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IIF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17개국 기업부도 증가율(10월 기준, 작년동기 대비)이 우리나라는 40%로 세계 두 번째로 높았다. IIF는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의 취약한 대출을 원인으로 진단했다. 기업의 대출연체율도 무섭게 올랐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기업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2·4분기 금융권 기업 연체율은 0.37%로 2년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저금리 시대가 길어지면서 빚 무서운지 몰랐던 기업, 가계, 정부가 이제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 갚을 능력이 있는 우량기업은 선별지원이 필요하겠지만 빚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은 과감히 솎아내는 것이 미래를 위한 일이다. 좀비기업들의 악성부채는 금융부실 뇌관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견실한 기업까지 위기를 맞게 된다. 당장 고통스럽다 하더라도 곪은 부위는 도려내는 것 말고 방법이 없다.

가계, 정부 부채 관리도 미적대고 있을 여유가 없다. IIF에 따르면 우리나라 GDP 가계부채 비율은 100.2%로 34개국 중 가장 높다.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2020년 이후 4년째 불명예스러운 세계 1위다. 더욱이 조사대상 국가 중 가계부채가 GDP를 웃도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부동산 경착륙을 막겠다며 대출규제를 느슨하게 한 정부의 책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퍼주기에 바빴던 나라곳간 사정도 말이 아니다. IIF에 따르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48.9%로 중하위권이지만 부채 증가 속도는 세계 4위다. 나랏빚은 이미 1100조원을 넘어섰다. 상황이 이런데도 총선을 눈앞에 둔 정치권은 표심 다지기용 선심 경쟁에 여념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펴낸 연례협의보고서를 통해 현행 국민연금 제도가 유지될 경우 50년 뒤 공공부문 부채는 GDP 대비 200%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성장률은 오는 2028년까지 2%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면서 전방위 구조개혁을 주문했다. 저성장·고금리 뉴노멀 시대에 맞춰 연금·노동·재정 개혁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부실기업의 구조조정도 더 늦춰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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