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수장들 "코로나 이후 이자증가분 낮춰야" 은행권에 압박
2023.11.20 16:30
수정 : 2023.11.20 16:3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올들어 '역대급' 수익을 낸 은행권을 향해 금융당국 수장들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직접 낮춰줄 것을 요청했다. 단순히 사회공헌성으로 일정 규모의 기부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간 격차) 축소를 통해 영업이익을 일부 포기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이에 금융지주들은 서민층 이자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연내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개최한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서 "과거 어느때보다 우리 금융권이 양호한 건전성과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업계 스스로 국민들의 기대수준에 부합하는 지원방안을 마련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KB·신한·하나·우리·NH 등 5대 금융지주를 비롯해 BNK·DGB·JB 등 3대 지방금융지주 회장들이 모두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코로나 종료 이후 높아진 이자부담 증가분의 일정 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주고,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금융지주들의 지원 규모에 대해서는 "현재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분들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라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다행히 과거 어느 때보다 우리 금융권이 양호한 건전성과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업계 스스로 국민들의 기대수준에 부합하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금융지주 회장들을 압박했다.
실제로 이날 금감원이 발표한 '2023년 3·4분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국내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9조5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8.2%(5조4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국내은행들은 이 기간 이자이익으로만 44조20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8.9%(3조600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두 금융수장은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횡재세'를 언급하며 금융지주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금융업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국회에서도 속칭 횡재세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며 "(횡재세 논란은) 결국 우리 업계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달려있는 문제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도 "그동안 각 금융회사별로 상생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최근 국회에서는 산업의 근간을 흔들만큼 파격적인 횡재세 입법 논의까지 거론될 정도로 여론이 나빠진 상황"이라며 "건전성을 지키면서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의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데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지주들은 금융 당국의 요청에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자부담 경감을 위해 공동의 사회적 역할 확대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세부 지원규모 등 최종 방안은 올해 안에 발표될 예정이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