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았다" 묶음 상품을 더 비싸게 팔았다니..소비자들 '분통'
2023.11.21 13:47
수정 : 2023.11.21 13:4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가격은 그대로 두고 용량만 줄인 슈링크플레이션이 논란인 가운데, 최근에는 더 많은 용량과 개수의 번들상품을 구매할수록 낱개당 가격을 비싸게 받는 이른바 ‘번들플레이션’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비비고 육개장 6개 구입 땐 낱개와 번들 9000원 차이
최근 주요 제조사들의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직영몰)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비비고 육개장 500g을 1개를 3980원에 판매하는 반면 6개짜리 묶음 상품은 3만2880원에 판매하고 있다.
낱개 상품을 6개를 구매할 경우 배송비를 포함(2만원 이상 구매시 무료)해서 2만3880원이지만 묶음상품을 구매할 경우 오히려 9000원 더 비싸게 사야 한다는 얘기다.
비비고 왕교자(1.05kg) 제품은 낱개 가격이 8980원이지만, 2개(낱개당 1만480원)와 6개(낱개당 9981원) 등 번들 상품 가격이 최대 1500원 더 비쌌다. 낱개 제품을 각각 2개 사는 것이 오히려 2개 묶음 상품을 사는 것보다 3000원 저렴한 셈이다.
오뚜기의 오뚜기밥(210g) 고시히카리 상품도 3개 묶음은 4380원에, 18개 묶음은 2만9280원에 판매하고 있다. 1개당 가격으로 환산해보면 3개 묶음은 1개당 1460원꼴인 반면 18개 묶음상품은 1개당 1626원이다.
존슨앤존슨(J&J)의 '아비노 데일리 모이스춰라이징 바디워시'(532ml) 상품은 2개 묶음상품을 구매할 시 개당 가격은 1만1830원이다. 그러나 3개 묶음상품을 사면 개당 가격이 1만2300원으로 4%가량 높았다.
브랜드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자사몰에서의 가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농심몰 '사리곰탕’(소컵)도 18개 번들 제품의 낱개 가격(911원)이 12개입(908원)보다 비쌌다.
소비자는 보통 더 싸게 사려고 묶음 상품을 구매하는데, 낱개 가격을 토대로 일일이 계산을 해봐야 손해보지 않고 살 수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CJ제일제당 측은 “번들플레이션이 배송비와 쿠폰값 등을 고려하지 않은 데서 나온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계산을 마치면 묶음 상품이 더 저렴하다는 취지다.
또한 온라인 가격 정책인 최저가 연동제에 따라 가격이 실시간으로 변동한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네이버 쇼핑에서 제품을 검색하면 최저가 순으로 제품이 나온다. 온라인의 경우 최저가에 맞춰 자동으로 가격이 변동되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어 다른 셀러들이 가격을 어떻게 책정하느냐에 따라 자동적으로 반응해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낱개 가격과 번들가격 다르게 표시..."소비자 기만" 온라인도 단위가격표시 해야
한국소비자원에서는 동일판매자의 '1+1'광고 상품이 단품(1개) 가격보다 비싸게 판매되는 경우 소비자의 착각이나 실수, 비합리적 지출을 유도하는 '다크패턴'으로 규정하고 있다. 낱개 가격과 번들가격을 단순히 다르게 판매하는 것은 다크패턴과는 또 다른 양상이지만 소비자가 가격 비교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기만할 수 있다는 게 소비자원의 설명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상품 판매 유형을 달리해 가격 비교를 어렵게 한다"며 "단위가격표시를 통해 소비자들이 합리적으로 가격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단위가격표시를 법으로 정하고 있는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은 단위가격 표시 의무가 없다. 일부 온라인몰에서 자체적으로 표시하고 있지만 이 역시 온라인몰에 따라 다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온라인의 경우 자발적 참여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라며 "관련 부처와 협의해 온라인 단위가격표시 실태 파악부터 해보겠다"고 말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